[경제패트롤] 내일 콜금리 내릴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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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계절이 여름을 향해 달려가며 신록은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늦가을 잎사귀같이 우중충하다. 수출이 줄어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루면서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은 낮아지는데 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아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가 오그라드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와 우리의 해외투자가 함께 줄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난달 출렁였던 주가와 금리, 환율이 이달 들어 안정을 찾은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콜금리 인하 여부에 쏠려 있다. 5월 첫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의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참석에 앞서 늘 해오던 목요일이 아닌 화요일(8일)에 열린다.

올들어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긴 해도 공공요금 인상분을 뺀 핵심 물가 상승률은 3%대라 관리할 만한 수준이므로 침체한 경기를 북돋우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그런데 지난주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자 지방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와 이동전화요금 인하 등 물가안정 대책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도 금리를 낮춰 기업 쪽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해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주장과 환율이 불안정한 판에 금리를 낮추면 물가를 자극해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는 반론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5%인 콜금리는 내리더라도 0.25%포인트 이상은 어려울 것이다.

4월 말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2%(잠정치)로 발표돼 미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주 말 4월 실업률이 4.5%로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 성장률을 갉아먹게 생겼다. 1분기 성장률 확정치도 2%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기 회복을 학수고대하는 우리 입장에선 힘이 빠지는 소식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동안 하강 국면의 미국 경기를 떠받쳐온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또다시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단기 금리는 4.5%로 이미 한국보다 낮다.

지난주 진념 경제부총리가 기업관련 규제의 완화를 시사한데 이어 금주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 목소리로 이 문제를 거론할 움직임이다.

기업 개혁의 큰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우도록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이 서서히 구체화할 것이다. 또 채권은행들은 문제있는 기업은 언제든지 시장에서 내보낸다는 원칙 아래 금주에 상시퇴출 대상 기업에 대한 심사를 본격적으로 한다.

각급 학교에서 중간시험을 보고 있다. 공부는 평소에 해야 실력이 붙지 몰아치기로 하면 금방 잊어버린다. 경제의 체력도 평소 끊임없이 보강해야 우리의 내일이 있다.

양재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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