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방송사 국산애니 쿼터제 유명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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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편성시간 배려, 잦은 재방송 지양, 제작비 지원 등 국산 TV 애니메이션에 대한 방송사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

지난 2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판정기준 정비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 에서 발제를 맡은 판정위원 양지혜(캐릭터 플랜 대표)씨는 "판정기준 정비의 근거가 된 국산만화영화 쿼터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7월부터 실시된 국산만화영화 쿼터제는 문화관광부가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상파 TV 3사에 의무 방영 비율을 정해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KBS와 MBC는 40% 이상, SBS는 35% 이상 의무적으로 국산만화를 편성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쿼터제는 잘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KBS만 43%를 편성했고 MBC와 SBS는 각각 21%와 24%를 편성, 기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늘진' 편성 시간대도 문제가 된다. 지난 3월 조기 종영된 MBC의 '가이스터즈' 가 좋은 예다.

3년에 걸쳐 40억여원을 들여 제작된 '가이스터즈' 는 평균 2~3%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애초 예정됐던 26회를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시청자들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판정을 받고 고교생이나 성인이 보기 힘든 금요일 오후 5시20분에 편성했으니 누가 보겠느냐" 고 말한다.

재방송도 너무 잦다.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머털도사' 등은 5회 넘게 재방송됐다.

위반시 처벌조항(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쿼터제가 '빛 좋은 개살구' 가 되지 않으려면 프라임 타임 쿼터제 등 정책적 보완과 방송사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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