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누리] 노래로나마 위무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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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호상(好喪)이라는 말은 남은 자를 위로하고 가는 이를 편안케 하기 위해 옛 사람들이 만들어낸 선의의 거짓 단어입니다. 아무리 호상인들 상주가 울지 않는 모습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많은 이들이 죽음의 사유에 의혹을 품고 기막혀 했던 죽음은 어떻겠습니까. 때때로 시간이 밉습니다. 생각해보면 불과 얼마전의 일입니다.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죄인이 됐던 시절이 새삼 생생합니다. 다만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덧없으며, 일상에 침잠하는 것이 우리 삶이니 아직도 원통함을 삭이지 못해 거리에 나서는 억울한 죽음의 가족들에게 민망할 뿐입니다.

그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까요. 일요일인 오는 20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뜻있는 공연이 열립니다. '진실, 희망 찾기 콘서트' . 산자여 말하라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 (http://truthfinder.go.kr)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돕기 위해 원불교.개신교.천주교.불교 4개 종단의 인권위원회가 마련했습니다.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는 지난 권위주의 시절, 즉 독재 정권 아래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다 억울하게 죽어간(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신원(伸寃)을 맡은 기구입니다. 지난해 10월 발족돼 죽음에 의혹이 있는 83명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활동 중입니다.

그 가운데는 유신 철폐에 앞장서다 산에서 죽은 장준하 선생, 민주화와 통일을 외치다 저수지에서 숨진 이철규 전 조선대 교지 '민주조선' 편집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진실은 찾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국가 권력의 힘이 작용했을지도 모르는 죽음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어디 그리 간단하겠습니까. 다만 남은 자들이 이런 노력이나마 했다는 사실이 먼저 간 이들을 위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기꺼이 무대에 서는 가수들, 전인권.정태춘.안치환.이은미.강산에.서문탁.박혜경.성시경씨 고맙습니다. 노래가 힘이 될 때, 원한은 용서로 변할 것임을 믿습니다. 1588-7890.02-737-3313.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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