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값 두 배로 … 제지업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마땅한 해법이 없다. 답답하다.”

국내 2위 제지업체인 무림페이퍼와 국내 유일의 펄프회사인 무림P&P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인중(60) 사장의 요즘 심정이다. 최근 다락같이 오르고 있는 펄프 값에 대한 대책을 묻자 그는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해 3월 t당 470달러이던 국제 펄프 값(활엽수 표백펄프 기준)이 이달 중순 770달러까지 올랐다. 김 사장은 오랜 거래처인 브라질 피브리아사로부터 ‘다음 달부터 펄프 값을 t당 50달러 올려 820달러에 출하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세계경기 회복으로 국제 펄프 값이 상승세를 타는 와중에 전 세계 펄프 공급의 13~14%를 차지하는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5월께 국제 펄프 값이 t당 10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제지업계의 연간 펄프 소비량은 250만~300만t. 이 중 210만t 이상을 브라질·칠레·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칠레산은 국내 수입량의 25% 이상 된다.

한솔·무림·한국·홍원제지 등은 펄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담당 임원들을 해외 펄프회사에 급파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관계자는 “업계는 다음 달 말이나 5월 초까지 사용할 펄프를 확보하고 있다”며 “제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봄 이후 펄프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펄프 값이 급등하면서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인중 사장은 “생산성 향상이나 경비 절감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급 불안정은 국내 제지업계가 해외의 펄프 구매처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칠레·인도네시아 등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원인”이라며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