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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은 총재와 출구전략을 주목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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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이 위기극복을 위해 단결해 노력한 결과지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번 위기의 본질이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노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경색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점이다. 둘째, 정책당국의 초기 대응이 과감했으며 각국 간 정책협조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의 경험을 겪어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무구조가 견실한 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경쟁적인 과잉투자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월 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서는 출구전략이 논의됐다. 출구전략의 국제공조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도 각국의 경기회복 속도의 차이에 따른 출구전략 차별화를 인정한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놓았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로는 금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내년 중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기준금리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좀 더 늦추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경제회복이 만족스럽지 못하며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도 금리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출구전략이 빠르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늦어지면 지나친 저금리로 인해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 출구전략이 늦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경우다. 85년 9월 플라자협정 이후 엔화의 초강세에 대응해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것이 지나쳐 90년대 초까지의 거품경제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했으며 그 여파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인상 시점이 어려운 것은 금리정책의 효과는 적어도 6개월 이상 지나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준금리가 앞으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는 정상수준으로 인상해야 하는데 인상 시점과 관련해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올해 상반기 중 금리인상을 시작해 0.25%포인트씩 한두 달에 한 번씩 완만하게 인상하는 방안이다. 다른 방안은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에 착수하되 한번에 0.5%포인트씩 인상해 내년 하반기께 평상 수준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물론 경제상황을 봐가면서 완급은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각국 경험으로는 완만한 방식에 대한 지지가 높다. 앞으로 시장은 새 총재를 맞은 한은의 금통위가 새로운 경제지표를 어떻게 해석해 통화정책을 수행할지 주시할 것이다.

조성종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