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두달째 상승…채권형펀드 가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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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9월 비과세 국공채형 펀드에 2천만원을 투자했던 金모씨는 최근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기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최근 두달 동안 금리가 2% 가까이 상승해 펀드 수익률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 펀드에 편입된 채권들의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걱정거리다.

최근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채권 중심의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시가평가를 받는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아진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월 중순 5%까지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 7%대를 넘보고 있다. 펀드에 많이 편입된 AA- 등급 회사채도 8.0%까지 반등했다.

◇ 금리 완만한 상승 예상=금리가 연초처럼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는 게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다 각종 경기지표도 바닥권에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그것은 기업의 돈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적정선으로 여겨지던 6.5%대가 무너져 추가 상승쪽으로 움직일 것 같다" 라며 "2분기 중 금리가 고점을 형성한 뒤 서서히 안정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 MMF에서 은행 예금으로 자금 이동=금리에 민감한 자금시장에서는 이미 투신에서 은행으로 뭉칫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MMF 수탁고는 40조4천여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7천8백억원 감소했다. 반면 정기예금 등 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이달 들어 6조3천억원이 느는 등 수신고에 탄력이 붙고 있다.

MMF로부터 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평소 장부가로 평가하던 보유채권 가격과 시가의 차이가 1% 이상으로 벌어지면 시가평가를 적용받아 수익률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지는 신중히, 신규 가입은 단기 확정형 상품으로=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무조건 기피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한다.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편입채권의 만기와 펀드 만기를 일치시켜 채권가치가 변할 위험을 배제한 상품이다. 채권 이자율이 곧 수익률이 되므로 안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3개월짜리 단기 상품이면서도 은행예금보다 0.5~0.8% 포인트 높은 6.5% 안팎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채권 편입비중이 미미한 단위추가금전신탁도 단기로 돈을 굴리며 금리추세를 확인하는 데 유리한 상품이다. 채권을 편입할 수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80%를 CP, 나머지를 CD로 채워 운영하고 있어 안전하다. 장기투자자일 경우 높아진 금리의 혜택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채권 직접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경우에도 무조건 해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펀드의 자산 구성 내용과 펀드 만기를 벗어나 가격 변동 위험이 큰 채권의 비중, 매입가격 등을 감안해 위험이 클 경우에만 해지하는 게 낫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금리 급등세가 계속될 수 없는 만큼 현 상태에서 수수료를 물며 기존 상품을 해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 며 "금리 상승기에는 자금을 단기상품에 넣어두다가 금리가 내려갈 조짐이 보이면 장기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고 조언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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