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신일 첫 모노드라마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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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칠수와 만수' '파우스트' '모스키토'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강신일(41.사진)이 처음으로 홀로 무대에 섰다.

하일지의 소설을 각색한 모노드라마 '진술' . 그는 처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립대 철학과 교수로 나와 1시간40분간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관객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내 체력이 작품 후반부까지 버텨줄까 등 공연 전엔 너무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젠 다른 생각 안하고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습니다. " 막상 막이 오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반응이다.

연기생활 21년 만에 처음으로 맡은 모노드라마가 부담스러웠지만 지난해 처음 소설을 대했을 때 느낀 긴장감을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애써 모노드라마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오기도 생겼다.

또 오락위주의 대중적인 작품들이 태반인 요즘 공연계에서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관객들에게 안겨주고 싶다는 평소 생각도 작용했다.

극중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 을 시작한 교수는 첫 아내를 버리고 고교 제자와 재혼한 일, 그후 유학을 떠나 궁핍하게 생활한 일, 10년 만에 아내가 임신한 사실 등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교수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 그의 아내는 이미 8년 전에 죽은 사람.

강씨는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며 분열된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담담히, 때로는 격렬하게 표출한다. 부드러운 탱고음악(작곡 한재권)은 오히려 무대 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도저히 체력에 자신이 없어서 공연 보름 전부터는 그렇게 좋아하는 술도 끊었다는 그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 작품에 내 연기인생을 건다는 각오로 관객과 만날 생각" 이라고 말했다.

공연제작사인 극단 수다와 동숭아트센터측은 이 작품을 장기 레퍼토리로 구성해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으로 국내에 뿌리를 내린 남성 모노드라마를 '진술' 로 꽃피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6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오후 7시30분, 토ㆍ공휴일 오후 4시ㆍ7시30분, 일 4시. 02-741-3991.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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