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주여성, 이름은 ‘이효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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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4년 전 필리핀에서 장흥군 장흥읍으로 시집 온 로리타 비와드와찬(48)은 최근 이름을 ‘이효리’로 바꿨다. 성씨는 남편의 것을 따랐고, 본관은 자신이 사는 고장 ‘장흥’으로 정했다.

그녀는 “본래 이름을 지키고 싶었지만, 불편한 게 많은 데다 법원과 군청에서 도와 준다기에 한국식으로 고쳤다”고 말했다. 영어 이름이 이웃들에겐 발음하기 힘들고, 너무 길고 한국식과 체계가 달라서 관공서나 아이들 학교의 서류 등을 작성할 때 곤란하다는 것이다.

광주지법 장흥지원이 장흥군·강진군과 함께 손잡고 이주여성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 주고 있다.

이 사업에 따라 지난달 3일부터 지금까지 26명이 개명(改名)을 마쳤고, 3명이 신청 후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장흥·강진의 한국 국적 이주여성 가운데 한국식 이름을 갖지 않은 71명 중 41%가 한 달 보름 사이 이름을 고쳤거나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새 이름으로 이효리·정애리·임예진·길은정 등 연예인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다. 본관(本貫)은 ‘장흥’ ‘강진’을 많이 선택했다.

장흥지원 가족계의 백정민씨는 “이주여성들이 개명을 결정하는 데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과 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나연(38·강진군 성전면)씨는 “아들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엄마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 등 상처받을까 봐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베트남인인 그녀는 2004년 한국으로 시집을 오고 2007년 귀화를 했지만, 그간 ‘다오 낌렌’이란 베트남 이름으로 살아왔다.

이주여성 개명은 전문 법조인 2명이 당사자의 위임을 받아 대신 신청하고, 비용을 장흥군과 강진군이 지원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장흥에는 192명, 강진에는 179명의 이주여성이 살고, 이 중 한국 국적 취득자는 장흥 68명(35%), 강진 58명(32%)이다. 해남군도 이주여성이 개명할 때 드는 비용을 대 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이성국 해남군 가정복지과장은 “성과 본관을 창설하고 개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돈이 들어 불편을 감수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 본관은 ‘해남’이나 군내 읍·면·리의 지명을 권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해남에는 국적 취득자 131명을 포함해 모두 403명의 이주여성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외국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전남 22개 시·군에 사는 이주여성(표)은 지난해 말 현재 6492명이며, 이 중 한국 국적 취득자는 1749명(27%)이다.

출신 국가 별로는 중국 2069명, 베트남 2055명, 필리핀 1056명, 일본 603명, 캄보디아 295명, 태국 134명, 몽고 133명, 우즈베키스탄 57명, 키르기스스탄 16명, 기타 나라 74명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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