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소득세 인하 검토'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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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이자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데는 여러 가지 포석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를 진작해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계산이 있다.

올들어 예금금리가 계속 하락(2월 은행권 수신 평균금리 5.43%)하는 가운데 이자에 붙는 세금(16.5%)을 뺀 세후이자율(약 4.5% 수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한국은행 2분기 5% 육박 전망)에 못미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퇴직자.노령자 등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두고 그 이자로 생활하는 계층의 실질소득 감소가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을 막자는 뜻이다.

정부로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콜금리를 더 낮추자니 원화가치 하락(환율은 오름)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소비자 물가가 오를까 걱정스럽다. 이미 1분기에 재정지출을 상당부분 앞당긴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도 물가에 부담이 되므로 이자소득세율 인하 카드를 생각한 것이다.

◇ 얼마나 어떻게 내릴까〓현행 이자소득세율은 15%며, 여기에 1.5%의 주민세가 붙어 실제 내는 세금은 이자소득의 16.5%다. 이자소득세율 인하폭은 2~5%포인트가 유력하다.

정부는 이자소득세율 인하와 함께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자산가와 봉급생활자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다.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세제의 틀을 흔드는 세율 인하보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폭을 확대하는 쪽이 유력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의료비 공제한도를 연간 2백만원에서 3백만원으로 늘리고,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 불입액에 대해 올해는 50%, 내년에는 1백%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신용카드 사용 한도액의 소득공제도 배로 늘리기로 했다.

◇ 이자소득세율 인하 효과〓이자소득세율을 5%포인트 낮출 경우 1년(연 6%)짜리 정기예금을 들었다면 세금을 내고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돈이 이자율로 0.3%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1억원을 예금하고 있다면 연 33만원의 이자를 더 받게 된다. 월 2만7천원꼴로 금액은 크지 않지만 다시 예금하거나 시장으로 흘러나와 소비하는 데 쓰임으로써 심리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이자소득세율 인하로 실질금리가 높아져도 저축이 늘어나는 효과는 작을 것" 이라며 "이자로 생활하는 퇴직자나 노령자가 소비할 수 있는 여유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고 분석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이자소득세율을 20%에서 15%로 낮추면서 세수가 1조~1조5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추가로 세율을 5%포인트 인하하면 5천억원 정도의 세수가 더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자소득세율 인하로 이같은 세수 감소효과가 생기는데 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5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재경부는 예상했다.

◇ 문제는 없나〓이자소득세율을 10% 수준까지 낮추면 현행 세금우대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10.5%(이자소득세 10%+농특세 0.5%)의 세금이 붙는 세금우대 상품과 일반 예금의 세율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금우대 상품의 세금감면 폭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틀을 흔들지 않아도 된다.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분의 규모에 따라 적용세율에 차별을 두었는데 그중 가장 낮은 경우가 11%(주민세 포함), 분리 과세하는 원천징수세율이 16.6%(주민세 포함)여서 역차별이 생긴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세율을 낮추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송상훈.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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