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건보법 통과’ 에어포스 원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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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일(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상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기(에어포스 원)를 타고 착륙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이 비행기 안에는 특별한 손님이 동승해 있었다. 민주당 소속으로 클리블랜드가 지역구인 데니스 쿠치니치, 마샤 퍼지 하원의원이다. 이번 오바마의 여행 목적은 건보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아직까지 오하이오주 북동부 지역에선 오바마의 건보개혁안에 찬성하는 하원의원이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건보개혁안에 대해 반대해온 두 사람을 태우고 오바마가 설득 작전에 나선 것이다.

클리블랜드 행사장에 도착해서도 오바마의 압박은 계속됐다. 오바마가 쿠치니치 의원을 소개하자 1500명의 청중 사이에서 “찬성하세요”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쿠치니치 의원이 들을 수 있게 다 함께 소리칩시다”라고 외쳤다.

민주당 지도부도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이 목요일이나 금요일까지 상원이 승인한 의료개혁법안을 가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날아가 스티브 드리하우스 하원의원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설득에 나섰다. 가톨릭인 드리하우스 의원은 지난해 하원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낙태에 관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법안에 대해선 찬반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의회는 이번 주 통과시켜 달라”=클리블랜드 행사에서 오바마는 “나는 정치를 모른다. 옳은 일 하는 것만 안다. 이번 주 내에 개혁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에 강력하게 주문한다”고 외쳤다. 그는 건보개혁안 통과를 위해 16년째 암과 싸우고 있는 오하이오주 메디나 출신의 나토마 캔필드(50)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6075달러(약 70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냈지만 최근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올해는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의회가 건보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 캔필드와 같은 처지인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기존의 병력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을 거부당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건보개혁 통과를 위해 해외 순방 일정까지 미룰 정도로 열성적이다. 당초 18일부터 괌·인도네시아·호주를 방문한 뒤 24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21~26일로 조정했다. 그는 18일을 시한으로 건보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 민주당 지도부에 요청한 상태다. 의회가 26일부터 2주간 부활절 휴회에 들어가는 만큼 그 전에 건보개혁법안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슬아슬한 법안 통과=민주당은 매사추세츠주 상원 보궐선거 패배로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퍼 60석의 지위가 깨졌다. 이에 따라 백악관과 민주당은 지난해 상원을 통과한 건보개혁안을 하원에서 그대로 다시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민주당 하원의원 253명 가운데 38표의 반란표가 공화당 전원의 반대표와 결합하면 건보개혁 입법은 무산된다. 지난해 11월 하원 건보 표결에서 민주당 반란표는 37표였다. 이 중 일부가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는 게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과거 하원 표결에 찬성했던 의원 중 일부가 이번 법안에 포함된 낙태 문제를 들어 반대로 돌아서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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