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셔터 아일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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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기획단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사진)가 재회한데다, 세계적 스릴러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국내에는 『살인자들의 섬』으로 소개)을 영화화했기 때문이다. 원작은 ‘식스 센스’급이라 할 만한 초강력 반전이 일품이다. 스릴러 작가로선 흔치 않게 문학성을 인정받는 루헤인 특유의 섬세한 문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건 만만찮은 도전이다. 소설을 읽은 상당수 관객이 반전을 알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한다. 감독은 앨프리드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마음껏 구사한다. 마치 “반전이 뭐 그리 중요해? 난 그거 말고도 보여줄 게 많은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산한 안개의 일렁거림을 섬세하게 잡아낸 촬영,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적절히 배합한 음악, 을씨년스러운 1950년대 정신병원을 재현한 미술은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하다.

보스턴의 외딴 섬에 있는 중범죄자 정신병원에서 한 여성환자가 실종되자 연방보안관 테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파트너 척(마크 러팔로)이 파견된다. 두 사람은 이 병원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심한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편이 끊기고 이들은 섬에 고립된다. 영화의 주된 긴장을 이끌어가는 두 축은 파시즘을 은유하는 듯한 병원의 환자 통제 시스템과 테디의 개인사다. 병원의 비밀을 추적하는 테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군인으로 심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관건은 현실과 환상이 복잡하게 뒤엉킨 이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좇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다.

전쟁과 폭력 앞에 무력했던 한 남자의 슬픔과 분노, 그가 셔터섬에서 겪는 공포와 압박감을 이 사회파 감독이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주목하길 권한다. 테디가 아내를 끌어안았을 때 재로 변해서 부서지는 장면, 독일군 장교가 권총 자살한 가운데 악보가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에선 탄성을 금할 수 없다. 나흘간의 사건을 그렸기에 디캐프리오의 의상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엇비슷한 옷 44벌을 갈아 입은 것이다. 그가 바위 틈에서 쥐떼를 만나는 장면에선 실제로 쥐 100마리를 풀어놓았다고 한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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