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기 성능평가 엉성… 핵심장비 시험실 검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APG-63V1레이더와 F110 엔진에 대해 시험실 시뮬레이터를 통해 시험평가를 하거나 자료로 브리핑을 받았다. "

차세대 전투기(F-X)의 유력기종 중 하나인 미국 보잉사 F-15기에 장착될 레이더와 엔진에 대한 국방부의 시험 평가와 관련, 16일 공군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다른 응찰 기종인 EFI사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4국의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와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에 대해서도 그는 "엔진 등 주요 장비들은 개발 중인 상태" 라고 말했다.

F-X사업 기종 선정이 이렇듯 응찰 업체들이 제시한 엔진.레이더 등 핵심장비에 대한 실제 시험이나 충분한 성능 검증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시험평가단은 지난해 8월부터 4개 참여 업체의 기종들에 대해 한달씩의 시험기 시승 등 외국현지 시험평가를 했다. 그러나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은 신모델이거나 시간이 불충분한 탓에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한 것이다.

◇ 검증 덜된 핵심 장비들〓미국 보잉사는 F-15기 엔진으로 GE사의 F110엔진을 구입할 것을 국방부에 추천했다. 그러나 미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배치된 F-15기에는 모두 P&W사의 F100엔진이 장착돼 있다. F110엔진은 미국 내 F-16기 일부에 장착돼 있는 만큼 국방부 시험평가단이 현품 검증을 했어야 했다.

보잉사는 또 레이더로 공대공(空對空)전용인 APG-63의 개량 모델(APG-63V1)을 제시했는데 최근 미국 버지니아의 기지에 처음 배치됐으나 역시 현품 검증을 안했다.

유러파이터와 라팔의 경우 공군이 요구하는 공대지 공격 능력이 없어 성능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 "도입 일정 늦춰서라도 검증해야" 〓이런 우려들에 대해 F-X시험평가단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제안한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위약금을 물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전투기 시험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며 "일정을 늦춰서라도 충분한 검증을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