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창극 '흥보가' 왕기철·기석 형제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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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립창극단의 간판 명창 왕기철(38.사진.왼쪽).기석(35.오른쪽)형제가 오는 5월 4~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완판창극 '흥보가' 에서 흥보와 놀보역으로 출연한다.

1998년 완판창극 '흥보가' 에서 이몽룡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던 이들이 이번에 같은 무대에서 연기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실제 형이 극중 동생인 흥보역을 맡고 친동생이 놀보역으로 출연해 무대에서는 형제가 뒤바뀌는 것도 흥미거리. 이들 형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왕기창 명창의 동생들로, 창극단 입단은 동생 기석씨가 선배다.

기석씨는 국립극장에 놀러왔다가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진로를 결정한 경우다. 지나가다 흥얼거린 노래가 남해성 명창의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든 것. 남명창이 '그놈 목 좋다' 며 연수생으로 받아들인 게 소리 인생의 시작이었다.

창극단은 16세 때 입단했다. 남해성(수궁가)명창 뿐만 아니라 고 박봉술(적벽가).성우향(심청가.춘향가).오정숙(흥보가)명창을 두루 사사, 일찍부터 판소리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창극 무대에서는 놀보.별주부.심봉사.이도령 등 주역을 맡아왔다.

형 기철씨는 16세 때 박귀희 명창의 수양아들로 들어가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배웠다. 국악예고 교사로 있다가 98년 '춘향전' 으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늦깎이 명창이다.

기석씨는 "기창 형님은 생전에 삼형제가 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렸다" 며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아 열심히 하겠다" 고 말했다.

올해 '흥보가' 는 지난해처럼 관현악 편곡이 아니라 장구 반주에다 단잽이 편성으로 된 즉흥적인 수성(隨聲)가락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그동안 완판창극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도창(導唱)도 부활시켰다.

원작 판소리에 있는 극중 상황 설명 부분을 무대 옆에 서 있는 도창자(안숙선)가 맡는다. 공연시간은 약 3시간30분, 공연개막 오후 4시. 1만~5만원. 4인 가족에게는 R석을 10만원에 할인해 준다. 02-2274-117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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