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논란 등 진통 끝에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 대입제도의 틀이 확정됐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확정된 제도라면 수험생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고교·대학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 대입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3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새 대입제도가 성공하려면 고교 내신 성적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
서울시내 한 대학 입학처장이 현재의 내신성적 부풀리기 실상을 꼬집으며 제시한 얘기다. 많은 대학이 믿을 수 없는 내신 대신 수능 성적이나 대학별 고사 위주로 학생을 뽑아온 게 사실이다. 수시모집 등에서 내신을 반영하더라도 그 실질 반영률을 최대한 줄였다. 사실상 내신성적은 유명무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서 학생부가 절대적인 전형자료로 자리잡게 된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새 대입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대학이 믿을 수 있게 내신 성적이 관리돼야 한다.
◆내신 신뢰도 높여야=교육부는 2008학년도부터는 내신 부풀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부 성적 표기 방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원점수.석차등급)로 바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이 평균을 감안하지 않고 원점수를 그대로 반영하거나, 고교가 전체 평균은 낮추면서 상위권 학생에게 고득점을 몰아준다면 내신 부풀리기를 막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개로 구분하는 내신 석차등급제도 동점자가 많으면 정해진 비율(1등급 4% 등)보다 많은 학생이 동일한 상위 등급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신 성적의 등급별 비율을 반드시 지키게 하고 동점자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의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학생부 비교과영역의 기록도 변수다. 대학들이 수험생의 잠재 가능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게 독서.봉사활동 등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해야 평가자료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한양대 부속여고 이남열 교장은 "학생부를 강화해 선발기능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맞다"면서 "하지만 학생부가 충실히 기록될 수 있도록 교육여건 개선과 교사 연수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내신 반영 비율 높여야=대학이 학생부를 전형자료로 적극 활용해야 내신 성적 위주의 대입 전형이 정착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들은 2008학년도 이후 학생부 기록의 신뢰도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현선해 입학처장은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내신의 신뢰성이 보장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내신의 신뢰성과 변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록 내용을 다양화.충실화하면 대학도 반영 비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항공대 강인석 학생처장도 "학생부의 신뢰도만 높아진다면 교과영역.비교과영역을 포함한 학생부 활용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