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외상후 두통 증후군: 진짜일까? 꾀병일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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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외래 내원객의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가 바로 두통이다. 두통이란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출현하는 하나의 증상으로 이에 대한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질 밖에 없다.

그 중 ‘외상후 두통증후군’ 만큼 의사나 환자를 괴롭히는 것이 또 있을까? 외상후 두통증후군은 말 그대로 머리나 목 부위를 다친 뒤 발생하는 일련의 두통 증세로 증상도 애매할 뿐 아니라 통상적인 치료로는 잘 조절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가벼운 두경부 외상의 경우 뇌 MRI사진이나 기타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음에도 환자가 지속적인 두통을 호소하거나 불면증, 어지러움, 목 부위나 어깨의 뻐근한 통증, 심지어는 불안이나 공황상태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환자나 의사 모두를 힘들게 한다.

더욱이 이런 사고가 개인의 실수가 아닌 가해자로 인해 발생했다거나 상해보험이나 기타 보험과 연계돼 있을 경우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경우 환자 측에서도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가 호소하는 주관적인 증상을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한 그대로 인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는 세계두통학회에서 발표한 외상후 두통증후군 진단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외상후 두통증후군에 대한 세계 두통학회 진단 기준은,

** 경도의 머리 외상에 의한 급성 외상후 두통증후군이라 하면,

A. 특별한 두통증후군으로 불릴 수 없는, 특징이 없는 두통

B. 아래의 상황을 충족시키는 머리부위의 외상
1) 사고 당시 의식소실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30분 이내에 깨어나는 경우
2) 사고 직후 *글래스고우 코마스케일(GCS) 13점 이상
3) 뇌진탕의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 경우

C. 사고 후 7일 이내에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D. 아래 사항 중 적어도 한 가지를 충족하는 경우
1) 사고 후 3개월 내에 두통이 소실되는 경우
2) 두통이 현재 지속되나 사고 후 3개월 이내인 경우

* 글래스고우 코마스케일 : 최하3점에서 최고 15점까지 의사가 평가 가능. 완전한 혼수의 경우 3점, 뇌손상을 당했음에도 가장 가벼운 경우 15점

급성 외상후 두통 증후군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만약 위 기준에 따르지 않는 증세에 외상후 두통 증후군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후 골치 아픈 법적인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

위의 기준에 부합되면서 두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외상후 두통증후군이라고 진단할 수 있으며,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않겠으나 중등도 이상의 외상에 의한 외상후 두통증후군도 기준이 마련돼 있다.

외상후 두통 증후군에서 흥미로운 점은 심하게 머리를 다칠 때보다 경도의 외상을 당할 때 더 잘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상후 두통증후군의 치료 시 단순 진통제로만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각 개인의 상태에 맞춰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진통제 보다는 항간질약 등의 약물치료, 인지치료, 이학적 요법, 바이오 피드백, 유발점 주사 등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가족이나 지인을 치료과정에 포함시키거나 사고와 관계된 법적인 문제, 보험관련 문제들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외상후 두통증후군의 예후는 평가자에 따라 약간 다르나 대체로 공통되는 점으로는,

1. 전체 외상후 두통환자의 80%는 1년 내에 좋아진다는 것.
2. 만약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예후가 불량하다는 것, 다시 말하면 두통이 영구히 지속될 수 있다는 것.
3.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법적인 문제와 보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다 해도 두통이 항상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4. 그러나 법적인 문제나 보험문제가 꼬이면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사고나 사업장에서의 재해로 인한 뇌손상을 당한 후 1년 이상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해 보험사나 산재보험공단으로부터 등급판정을 받으려면 MRI소견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해 그 자료를 첨부하면 훨씬 유리하다.

신경심리검사는 전문 심리사에 의해 면담 및 간단한 도구를 사용한 평가를 시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신경과 전문의의 자세한 문진 및 신경학적 검사가 이뤄지며 검사 시간은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외상후 두통에 시달리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해 대형병원을 쫓아다니는 환자나 가족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치료를 하는 의사도 위의 사항을 잘 숙지해 외상후 두통환자를 치료하길 바란다.

끝으로 치료를 하는 의사는 항상 외상후 두통환자의 증상이나 이면을 잘 살펴보고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객관적이고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 의학박사/신경과 전문의, 명신경과 원장 신기춘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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