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열린 '문화의 집'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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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비꽃.할미꽃 등 제철 만난 들꽃전시장을 둘러 보거나 인형극을 해 보기도 한다. 산책하듯 마음 편히 들러 공연.전시를 즐기거나 사물놀이를 배우고 도자기를 빚어볼 수도 있다.

도심 속 '문화의 집' 들이 생활 문화공간으로 주민들에게 인기다.

이같은 문화의 집은 현재 광주 2곳.전남 4곳.전북 5곳 등이 있다. 문화관광부와 자치단체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해 1996년부터 세우기 시작했다.

광주 북구 문화의 집은 경제적 부담과 육아문제 등으로 주민들이 문화행사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다고 판단, 어린이를 돌봐 주는 자원봉사자를 두는 한편 주부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호응을 받고 있다.

전주시 진북동 문화의 집은 요즘 매주 수요일 낮 12시20분부터 30분 동안 기타리스트 정경수씨를 초청해 직장인을 위한 '틈새 음악회' 를 열고 있다.

또 공연장.영상감상실.정보자료실.친목도모실.창작실.공연장 등을 마련한 곳도 더러 있다. 이런 곳에서 스스로 어린이연극.인형극.시낭송회 등 소규모 공연을 준비하거나 도자기 빚기.꽃꽂이.가야금 연습.그림 그리기 등 문화체험을 해볼 수 있다.

도서.CD.비디오와 인터넷을 통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도 한다. 물론 시설과 자료 이용은 무료다.

때문에 이들 문화의 집마다 이용객들이 하루 2백~3백명씩, 연간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 정읍시 문화의 집 정종필(28)씨는 "주민들의 열린 공간으로서 문화생활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문화의 집은 현재 전국에 73곳이 있다. 전국 문화의 집 운영협의회(회장 김호균)는 연말까지 이 숫자가 1백40여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문화의 주체로 나선데 힘입었다.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것을 단순히 보고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주체가 돼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이다.

기존의 청소년수련관이나 동사무소.도서관 등의 빈 공간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든 공간이 문화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주부 최선아(39.광주시 북구 일곡동)씨는 "문턱을 크게 낮춰 반바지 차림에 아이들 손을 잡고 편한 마음으로 가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고 말했다. 일반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특성 등을 감안한 전시.공연 기획행사가 줄을 잇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글=서형식.천창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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