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곡주민들에 탈출구 열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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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빈곤층이 있게 마련이지만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지 기획취재팀이 70여일간 서울 최대의 달동네인 신림동 '난곡' 지역에 머물며 취재한 현장 리포트는 충격적이다.

4대 여섯 가구가 이곳에 살면서 대부분 최저 생계비(3인 가족 기준.월소득 76만원) 이하의 생활을 하는가 하면 교육 소외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은 방황하다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난곡 주민들이 이러한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저학력-저소득-노동력 저하란 사슬에 묶여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곳 성인 남녀 2백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1백19명(65%)이 1997년 이후 단 한번도 직업(공공근로 제외)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들에게 취업.직업훈련을 통한 자활 의지를 키워주기보다는 공공근로 등을 통한 '집어주기식' 빈민 대책에 치중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빈민층의 실태를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난곡지역의 경우 사회복지사 한명이 1천4백여명을 담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별 상담을 통한 취업 알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대책이나 형식적 제도로는 가난 대물림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65년 헤드 스타트(Head Start)프로그램을 마련해 빈곤층 유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2백만명에게 교육 지원.상담 치료를 했으며 일본도 94년 에인절 플랜(Angel Plan)을 세워 취업.보육 지원을 해 왔다.

이제 우리도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짜 유아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자녀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야말로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보육시설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체계적인 자활대책을 마련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민과 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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