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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안서동 대학이 5개 '젊음 넘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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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싱그러운 봄햇살과 함께 젊음이 넘쳐나는 곳-.

한개 동(洞)에 5개 대학이 몰려 있는 충남 천안시 안서동.주민은 2천8백명에 불과하지만 대학생은 3만5천명이나 된다.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기록이다.

안서동에 대학이 처음 들어선 것은 1978년.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가 천호저수지 부근에 자리잡으면서 부터다.수도권 대학들이 지방에 제2캠퍼스를 설립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단국대는 현재 51개 학과에 학생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89년 개원한 부속병원의 의사 ·직원까지 합치면 1만2천여명의 대식구가 캠퍼스에서 활동한다.

천안 톨게이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서대는 교세를 계속 확장해 88년 종합대로 승격했고 이제는 이공 ·자연계열이 위치한 아산캠퍼스까지 두었다.인문·사회계열이 위치한 천안캠퍼스에는 20개학과에 학생이 4천여명.

호서대 바로 옆에는 상명대 천안캠퍼스가 있다.예술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85년 학생모집을 시작했다. 사진 ·연극 ·섬유디자인 등 23개 학과에 학생수는 6천여명이다.

천안대와 천안외대는 안서동에 본교가 있는 학교다.천안대에는 현재 36개학과에 9천명이 재학중이며 천안외국어대에는 17개학과에 학생 6천명이 다니고 있다.

천안지역 전체 학생 3만5천명중 80%인 2만8천여명이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다.이중 천안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을 제외한 2만5천명 가량이 수도권에서 통학을 한다.

하숙을 할 경우 한달에 평균 30만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버스통학을 하면 교통비 10만원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40∼70대의 통학버스를 운행한다. 서울 강남 ·사당역에서 1시간∼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쉴새없이 통학버스가 학교앞에 도착,학생들은 쏟아 놓는다.

단국대 중문과 金모(20 ·여 ·2년)씨는 지난 9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세수와 가벼운 화장을 하고 아침을 건성으로 먹고 7시쯤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 도착한 것은 7시25분.7시 30분에 출발하는 통학버스에 간신히 올랐다. 사당역 부근에서 구입한 김밥으로 버스안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때도 많다.

이날은 오후 6시부터 동아리 저녁회식이 있어 부모님께 밤늦게 귀가하거나 너무 늦어지면 자취하는 친구집에서 자겠다고 말하고 등교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막차는 오후 9시에 출발한다. 막차는 항상 만원.20∼30분 기다리지 않으면 못타는 경우도 있다.막차를 놓치면 종합터미널이나 천안역으로 가서 고속버스나 열차를 타야 한다.

안서동에는 원룸아파트가 1백여동이나 된다.한개 동에 8∼13평형 원룸이 15∼30개씩 있으니까 2천여개의 원룸이 몰려 있는 셈.

원룸에는 대부분 두명이 생활한다.형편에 따라 혼자 살거나 세명이 살기도 한다.세명 이상이 거주할 경우 월 3만원의 관리비를 추가로 내야 하지만 관리인의 눈를 피해가며 산다.

위치 ·평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집세는 1년 정액 선불이 보통이다.집세는 연간 2백20만∼3백50만원선. 전기 ·가스 ·수도세는 별도로 계산한다.

천안대 일본어과 安모(24 ·3년)씨는 1학년때 집부근서 출발하는 통학버스가 없어 부모님이 사주신 중고차로 통학을 했다. 그러나 휘발유값과 고속도 통행료가 만만치 않아 결국 한 학기만에 원룸을 구해 눌러앉았다.

자취 초기에는 직접 밥을 해먹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먹는다. 사먹는게 더 싸기 때문이다.아침 8시부터 문을 여는 학교 구내식당 백반값은 1천7백원. 원룸아파트에는 대부분 초고속 통신망이 깔려있지 않아 보고서 작성이나 게임을 하기위해 PC방에 자주 간다. 밤을 샐 때도 종종 있다.

평범한 농촌마을이 10여년 만에 대학촌으로 변신했다.

이곳의 상호들은 대부분 대학를 상징한다. '캠퍼스'가 들어가는 상호가 가장 많고 '학사''상아탑''아카데미'등의 단어도 곳곳에 보인다.

안서동 식당들은 대부분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문을 닫는다. 그러나 빨래방은 오후 11시,생맥주집은 새벽 4시, PC방 ·당구장 ·편의점은 24시간 불을 밝힌다. 심야에 움직하는 자취촌 학생들을 맞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학타운 한가운데 있는 안서초등학교에는 한 학년이 한개반 밖에 없어 전교생이 고작 1백20명이다.30∼40대 젊은 부부가 거의 살지 않기 때문이다.

원룸아파트 숲 사이의 한옥에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많이 산다.이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쓰던 방을 학생들에게 임대해 주고 용돈을 쓰고 있다. 한옥 대문에 나붙은 '월세방 있음' '전세도 가능'이라는 안내문도 쉽게 볼 수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천안시 과제는…>

인구 45만의 천안시에는 모두 12개의 대학이 몰려있다. 안서동 이외의 지역에 한국기술교육대학 ·나사렛대학 ·남서울대학 ·국립천안공업대학 ·연암축산원예대학 ·선문대 천안캠퍼스(신학부) ·순천향대 천안캠퍼스(의대)등이 있다.총 학생수는 5만5천명, 교직원을 합하면 대학 인구가 6만명에 이른다.

학생을 포함한 교직원 대다수가 수도권에서 통학 ·통근하거나 홀로 이곳서 생활한다.그래서 시민들은 대학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업을 돕고 지역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기숙사 수용인원을 늘리는 등 재학생의 천안거주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그러나 수도권서 한시간 대에 통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 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많아 기숙사를 마냥 늘리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관계자는 "근거리 통학 잇점으로 수도권 대학에 편입하려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 대학측의 최대 현안은 취업문제.인근 천안공단에 삼성SDI ·삼성전자 ·SKC ·LG산전 등 대기업이 10여곳 있으나 수도권의 본사에서 일괄 인력수급을 맡아 지역출신 대학생 취업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학측은 산학(産學)공동연구 프로젝트 추진 등 유대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지역경제에 흡수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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