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 기행] 불국사 광학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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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불국사 비로전 옆뜰의 보호각 속에는 화려하게 생긴 부도(浮屠)가 있습니다.

부도탑의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난 광학(光學)부도입니다. 둥근 탑신부 사방에 감실을 파서 석굴을 만들고 부처를 양각시킨 독특한 형태로 다른 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상.하대석의 연꽃조각과 중대석의 구름조각도 보통 솜씨가 아닙니다.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澈鑑禪師)부도탑이 가장 잘 생긴 모범 부도라면 불국사 광학부도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멋진 부도입니다. 이 부도는 27년간 일본에 있다가 돌아온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강제 체결한 후 일본의 도굴꾼.장사꾼.고고학자뿐 아니라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2대 통감 소네 아라스케까지 나서서 조선의 문화재를 싹쓸이하듯 도둑질해 갔으니 그 수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세계문화재로 지정된 석굴암에서 없어진 부처상 2개와 불국사 다보탑의 사리함과 사자 3마리를 훔쳐간 것도 저들의 소행이었습니다.

광학부도는 1906년 일본으로 무단반출돼 식당으로 부잣집 정원으로 팔려 다니다가 33년 불국사로 돌아옵니다.

세키노라는 일본 고고학자의 끈질긴 추적으로 돌아 왔습니다만 한국이 해방될 것을 알았다면 돌려주었을 리 없었겠지요.

글.그림〓김영택 <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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