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우승] 86년 저주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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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쿠키'를 만들었다. '저주의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1918년 트레이드 된후 보스턴 레드삭스 저주의 근원이던 베이브 루스가 썼던 피아노를 찾는다고 호수를 뒤집고 파헤쳤다. 경기를 관전하던 소년의 치아가 부러진 것도, 소년의 집주소가 루스가 살던집이라는 이유로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86년을 이어온 저주는 영리한 젊은 단장과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합쳐지며 순식간에 깨졌다. 시리즈 4연승.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3연패후 4연승이라는 믿기 힘든 경기를 치른후 8연승을 거뒀다.

쉽지 않았던 86년. 46년-67년-75년-86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 패하며 저주의 질긴 끈을 확인했다. 3승 4패의 아쉬운 결과는 저주의 깊이만을 확인시켜줬다.

조니 페스키.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우측폴대 이름의 주인공이다. 페스키는 이번 시리즈 우승을 열망한다. 여느 팬들과 선수들보다 강하게. 저주의 기원은 루스 였지만, 그것의 시작을 알린 것은 페스키였다.

46년 월드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2루타에 대한 중계플레이 미숙으로 역전주자를 불러들였다는 오명을 들었다. 그후 58년간 페스키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들어야 했다.

86년 빌 버크너. '어메이징 메츠'를 탄생시킨 그 해 가을은 빌 버크너에겐 최악의 시간이었다. 힘없이 굴러오는 1루땅볼 타구를 뒤로 빠드렸을때 버크너의 표정은 두고두고 월드시리즈때면 방송을 타고 흘러나왔다. 연장 10회초 2-0의 리드에서 3-2로 뒤집어지는 순간. 그 뒤로 이어진 18년간의 고통은 '저주'의 시간이 됐다.

이제 루스가 만들어낸 수많은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높이 치켜든 우승트로피로 그간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선수들이 끼게 될 반지는 야구에 있어서는 저주의 땅이 되버린 보스턴 곳곳을 새로운 마법으로 가득채울 것이다.

커트 실링-데이비드 오티스-마크 벨혼 등 많은 선수들은 페스키와 버크너와는 또다른 의미로 오랜동안 기억될 것이다.

조인스닷컴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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