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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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많이 먹으면서 그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식탐(食貪)이 있다고 한다. 이성(異性)을 밝히면서 제 본분을 잃는 사람에게는 색탐(色貪)이 있다고 이른다. 뭐든지 제 몫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탐’이라는 글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업무를 핑계로 집에 돌아갈 생각 없이 술만 푼다면 탐배(貪杯)다. 술을 탐한다는 뜻의 탐주(貪酒)도 마찬가지 단어다. 이 시대의 상습적인 고주망태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애교다. 탐내는 것이 하도 많아 더럽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는 탐묵(貪墨)이라는 형용이 따른다. 탐욕으로 마음 등이 시커멓게 변한 사람이다. 재물에다가 색까지 밝히는 사람은 탐닉(貪溺)의 상태다.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발을 들인 것이다.

음식이나 색욕(色慾) 등 특정한 대상 외에 무엇이든지 절제 없이 밝히는 사람은 ‘탐람(貪<5A6A>)하다’는 말을 듣는다. 탐람(貪濫)이란 단어도 그와 같은 뜻이다. 정해진 몫 이상의 것을 찾아 좇다가 자신을 망치는 일, 또는 그 결과가 탐오(貪汚)다.

‘탐오’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려지는 것은 부패한 관료다. 공공(公共)의 영역을 책임지는 관리가 부정한 재물에 욕심을 낸다면 탐관(貪官)이요, 오리(汚吏)다. 합쳐서 이르는 ‘탐관오리(貪官汚吏)’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빼놓을 수 없는 골칫거리다. 동양의 관리들이 받았던 뇌물이 포저(苞<82F4>)다. 어육(魚肉)을 싸던 부들(蒲)을 일컬었던 단어다. 뜻이 확대돼 값비싼 물건을 싸던 보자기, 즉 뇌물로 변했다. 조선왕조의 실록(實錄)에 늘 등장하던 단어였으니 조정(朝廷)에서도 이 때문에 꽤 골치가 아팠던 모양이다.

지금 자주 사용하는 ‘뇌물(賂物)’은 회뢰(賄賂)라고 했다. 수회(受賄)라고 하면 뇌물을 받는 것, 뇌물을 주는 것은 행회(行賄)다. 한국에서는 뇌물 받는 행위를 수뢰(受賂)라는 단어로 자주 표현한다. 어차피 뇌물 수수(授受)에 관한 죄는 주고받는 쌍방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부정당한 재물을 받아 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탐장왕법(貪贓枉法)’의 사례들이다.

요즘 경찰이나 교육계의 비리가 속속 터져나온다. 국가의 법질서를 이끄는 경찰, 차세대를 키우고 북돋워야 하는 교육계 공무원의 비리라서 그 심각성이 자못 크다.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남기고 법정 스님이 세속의 삶을 마감했다. 그 다비(茶毘)식에서 타오른 장엄(莊嚴)한 불길은 이들의 탐심(貪心)에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까.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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