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자체 인구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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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기본계획을 짜면서 장기 인구전망을 지나치게 부풀려 정부의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정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같은 인구전망에 근거해 개발가능한 토지를 확보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토대가 되는 도시기본계획을 실행할 경우 수도권 비대화와 마구잡이 개발 등 각종 부작용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국토이용을 위해서는 이같은 인구전망에 대한 중앙정부의 심의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건설교통부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도.인천시 등이 수립한 인구증가 예상치를 보면 2011년 수도권 인구는 1999년 2천1백70만7천명보다 40% 늘어난 3천3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단체별로는 서울 1천2백만명.인천시 3백만명.경기도 1천5백35만명 등이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에서 2011년 수도권 인구를 2천1백39만명으로 계획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재정 확충 등을 위해 개발중심의 도시기본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도시계획 담당자들은 "인구수에 따라 지자체간 서열을 매기고 각종 혜택을 주는 풍토에서 어쩔 수 없다" 며 "도시기본계획 용역을 맡길 때도 인구 상한선을 정해주고 여기에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처럼 과다한 인구전망에 근거한 도시기본계획은 국토의 균형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자치단체에도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연구원 박헌주 주택.토지연구실장은 "실제보다 부풀린 인구전망은 과잉투자의 원인이 돼 지자체 재정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 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제국 박사는 "지자체의 인구 부풀리기는 무분별한 택지개발 등 마구잡이 개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며 "이같은 행태는 국토이용에 혼선을 불러와 광역도시계획 등 체계적인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기 위해 2011년까지 수도권 인구를 2천1백만명 수준으로 유지.관리한다는 방침이면서도 지자체의 이같은 과잉인구 전망치를 대부분 그대로 승인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립대 서순탁 교수는 "도시기본계획안을 심의할 때는 지자체 개별로 하지 말고 광역 차원에서 해야 한다" 며 "건교부의 심의.조정기능을 더욱 전문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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