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방송 매체비평 프로그램 신설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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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봄 개편을 맞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방송의 매체 비평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는 최근의 매체간 갈등과 관련,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타냈다.

MBC는 23일 봄 개편 때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매주 토요일 '뉴스 데스크' 직후 30분 분량으로 방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KBS는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하지 않고 매주 일요일 오전 방송하는 '시사 포커스' 를 통해 신문 비평을 강화하기로 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방송사들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매체간 갈등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편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한림대 유재천(劉載天.언론정보학)교수는 "방송의 건전한 비평은 바람직하다" 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신문 매체에만 국한되거나 현재처럼 주장을 앞세우는 비평은 곤란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활자 매체의 경우 독자가 비평을 선택할 수 있으나 방송은 시청자에게 선택할 여유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일방적인 의견 전달에 그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며 "충분한 근거를 갖고 비판하되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박기성(朴基成.신문방송학)교수는 "방송의 매체 비평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면서도 "매체간 또는 방송사간 견제를 위한 의도가 보이거나 비평이 신문.잡지 등 다른 매체에만 집중된다면 시청자의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고 말했다.

朴교수는 또 "비평은 그 특성상 가치중립적이고 많은 전문지식을 가져야 가능하다" 며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강화에 따른 내부의 다각적인 검토와 노력, 전문지식 함양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안수경(安秀卿)간사는 "매체별 특성에 맞게 타 매체의 보도에 대해 다시 짚어주는 작업은 필요하다" 며 "그러나 신문과의 경쟁을 의식하는 등 다른 의도가 있으면 안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화여대 이재경(李載景.언론홍보영상학부)교수는 "언론의 매체 비평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의 것만 보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며 "자사 이기주의와 홍보 마인드를 버리고 기사의 취재 과정.배경 등을 들여다보는 교육적 기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박기성 교수는 "방송의 매체 비평이 지금 시행된다면 그것은 실험 단계라고 봐야 한다" 며 "방송의 비평은 시민단체.신문.잡지에 의한 재비평이 활성화해야 균형감 있는 프로그램으로 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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