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기 ‘교피아’ 장악하려다간 개혁 실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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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 07면

이주호 교과부 1차관이 인터뷰 중 웃고 있다. 그는 교육 비리로 개혁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의 상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청와대 수석을 거쳐 교과부 1차관을 지내면서 교육개혁을 밀어붙였다. 그는 요즘 집권 후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교육 비리가 교육개혁의 발목을 잡을까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이제껏 그래왔듯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개혁에 만족스러워했다. 5부 능선에 도달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명박 정권 교육개혁 전사 이주호 차관

대입 3불정책은 더 이상 이슈 안 돼
- 정권 3년차인데요 교육 개혁은 잘 돼가고 있나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런 거 같습니다. 가장 큰 것은 대입제도와 관련해서 3불(不)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유지 논란이 큰 이슈가 안 되잖아요? 이제는 입학사정관제도를 어떻게 하면 잘 할지를 얘기합니다. 일단 어려운 관문은 통과했다고 봅니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도 부정입학 문제가 있었지만 실체가 드러났지요. 이제는 안착 단계로 들어갈 겁니다. 가장 큰 문제인 대입자율화와 고교 평준화 문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5부 능선을 넘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교육장·교장 공모를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 문제입니다. ‘교피아’란 말까지 있는데 교과부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교과부를 장악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이해찬 전 장관은 장악할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실제로 공무원을 장악했을지 모르지만 교육개혁에는 실패했어요. 나는 교과부 장악보다 교과부가 바뀌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교피아를 얘기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안 잘리고 2년간 할 수 있는 것도 개혁의 대상을 ‘교피아’라든가 어느 그룹으로 정하지 않아서 가능했는지 몰라요. 역대 정권이 그렇게 하다가 많이 좌절했잖아요. 교과부도 개혁의 대상일 수 있지만 ‘당신들이 개혁의 대상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요, 그냥 일 중심으로 ‘교육을 이렇게 바꿔야 하는데 이렇게 하자’고 얘기하고 따라오길 바랐죠. 개혁이 성공하면 ‘교피아’ 세력은 약해질 것이니까…. 당신들을 쳐내겠다고 해서는 힘들어요. 제가 한번 잘려보니까 알겠더라고요(이 차관은 정권 초기에 청와대 수석을 하다가 나와 7개월간 야인생활을 했다).

-교장공모제 비율을 정할 수 있나요.
“그럼요. 지금도 신규교장은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매년 1000명 이상씩 되기 때문에 정부 의지가 있으면 공모제 비율을 빨리 높일 수 있어요.”

-공모제 부작용도 있지 않나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교서 2~3배수 추천하면 그중에서 교육감이 확정합니다. 앞으로는 교육청 단위에서 전문적 선발위원회를 두어 그곳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금 신규임용자의 120% 정도로 유지되는 교장후보 풀을 늘려야 합니다. 교감 중에서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분이 몇 안 돼요. 교장이 1만 명 가까이 되는데 (교장 자격자를) 신규임용될 수의 120%만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교장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기다리면 언젠가는 교장이 되지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늘릴 겁니다.”

-교장이나 교사직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면 어떨까요.
“지금은 교감 중에서 교장이 될 자격자를 늘려야 합니다. 외부도 있고 내부형이라고 해서 젊은 교사들이 하는 것도 있는데 기본은 교장을 준비하는 분들 사이의 경쟁을 촉진하는 겁니다. 내부인 경쟁을 먼저 하고 외부로 확대하는 게 좋습니다. 과거 정권의 중·후반으로 가면 개혁의 힘이 떨어질 때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 실패했어요. 개혁은 교사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과격한 개혁주의자였지만 지금은 저한테 책임이 많이 있는 거 아닌가요. ”

-입학사정관제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정부가 준비 안 된 대학의 등을 떠민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이 한 대학들이 있습니다. KAIST·포스텍 같은 곳은 100% 해서 성공한 거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30~40% 했어요. 서울대는 준비를 많이 해왔고, 별 걱정 안 합니다. 연·고대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대학이 나름대로 책임을 지고 저희도 연·고대 총장, 입학처장에게 계속 주의를 당부하고 있어요.”

-수능 개편안을 만들고 계시지요.
“모든 고등학생들이 똑같은 날 같은 시험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입시 고통 중 수능 고통이 큰데 이런 시험을 안 쳐도 되는 학생들까지 칩니다. 모든 학생이 똑같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준별 시험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말하기 어렵습니다. 1년에 두 번 치르는 것도 다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과제
이 차관은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청와대와 관련됐거나 민감한 것에 대해서는 “실세차관이라고 공격을 받을 수 있다”거나 원론적인 답을 하며 넘겼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만 5세 입학 문제를 얘기하신 적이 있지요. 그때 이 차관이 유아교육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교과부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발표도 선거 이후에 할 겁니다. 선심성이다 뭐다 하는 얘기가 나올 거고, 이익집단(보육·유아교육기관)도 반발할 수 있어요. 선거전에 어떤 얘기를 해도 제가 얘기하면 정권의 실세다 해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유아교육 개혁이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개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감 출마 권유 받으셨다면서요.
“아니요. 아직 개혁의 능선을 넘고 있는데…. 정치적인 커리어를 생각하면 (교육감 출마가) 좋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교육개혁이 먼저입니다. 저한테 책임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만두라고 하기 전에는 교육개혁을 계속할 겁니다. 교육개혁 생각밖에 없습니다.”

-비리 근절 대책은 12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연기하셨지요.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퇴짜를 맞은 거 아닌가요.
“주 초에 실무보고를 했습니다. 어차피 조정을 해야 하는데 조율이 끝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발표를 연기했습니다.”

-비리와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말씀을 많이 하시고 총리가 3불 정책 말씀을 했을 때도 청와대가 적극 나서는 모양을 보였습니다. 청와대하고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괜찮고요. 청와대는 대통령의 조직이니까요. 교육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밀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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