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일손' 놓았던 프로들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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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4월 들어 3개 예선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이미 3월 26일 시작한 국수전, 4일 개막하는 기성전, 그리고 9일 열릴 LG배 세계기왕전. 이 바람에 대국이 전혀 없어 먼산만 바라보던 예선무대의 프로들은 고대하던 단비를 만나 모처럼 '바둑 해갈' 을 하게 됐다.

보통 1월에는 기성전과 배달왕전의 예선이 치러지고 2월이면 국수전과 패왕전이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가지 중첩된 사정으로 인해 모두 연기된 탓에 서울기사들과 지방기사들은 3월이 다가도록 상견례도 하지 못했다. 그바람에 1분기(1~3월)프로기사 최다승도 불과 13승에 그치고 있다.

다승1위에 오른 기사는 최근 특유의 전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조훈현9단. 만48세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로 무섭게 갈기를 세우고 있다.

유창혁9단과 이창호9단은 10승으로 동률 2위. 새 강자 이세돌3단은 8승으로 원성진3단 바로 아래인 5위에 올라있으며 여성 최강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신예기사 안영길4단과 함께 6위를 마크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바둑의 희망 박지은3단이나 왕위전 본선에 올라있는 이희성3단이 석달 동안 불과 4, 5승을 올려 10위 안에 든 것을 보더라도 그동안 대국이 얼마나 뜸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다승랭킹의 상위는 언제나 저단진의 독무대였다. 타이틀 전이나 본선보다는 예선이 승수 쌓기가 그만큼 쉽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선전이 한번도 없었던 올해는 조훈현.유창혁.이창호 등 예선과는 무관한 기사들이 일시적이나마 상위를 점령했다.

또 이희성3단과 박지은3단이 50%를 밑도는 전적으로 승률랭킹 10위 안에 든 것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지난해 3월 말, 다승과 승률1위는 18승무패의 이세돌3단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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