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넘치는 데 '배짱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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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해를 넘기지 않으려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다시 고(高)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기존 아파트값도 하락세인 데다 유독 새 아파트 분양가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초 서울 10차 동시분양에 나올 강동구 암사동 강동시영2차 재건축 단지 분양 예정가는 평당 1570만~1780만원선. 33평형이 5억5000만원선이고 43평형은 7억7000만원이다.

지난 1월 같은 동에 평당 1200만원대에 나온 암사e-편한세상(32평형 3억9000만원)보다 25%가량 뛰었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인근 현대홈타운보다는 무려 1억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최근 청약접수를 끝낸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 2차 분양가는 시범단지보다 최고 30만원 정도 올랐다. 이번에 공급량 비중이 큰 40평형대의 인상이 두드러졌다.

지방에서도 분양가 상승세는 멈추지 않는다. LG건설이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에 분양 중인 사직자이(49~88평형 249가구)는 지난 3월 같은 동에 나온 쌍용스윗닷홈의 비슷한 평형보다 6000만~8000만원 비싸다. 7개월 새 20% 가까이 올랐다.

중소도시인 경남 마산시 월포동에 이달 말 분양하는 벽산블루밍(24~48평형 216가구 일반분양)의 30~40평형대 분양가는 평당 700만원대. 1년 전에 같은 동에 분양해 다 팔리지 않은 경동메르빌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비싸다.

아파트 시세가 월포동의 두 배가 넘는 창원시 반림동에 지난달 분양된 반송 재건축단지와 비슷하다. 마산시 H공인 김모 사장은 "마산에 그동안 아파트 분양이 적어 대기수요가 많기는 하지만 분양가가 너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지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 몰리며 분양 호조를 보인 강원도 원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단구동에 분양된 신성미소지움 30평형대가 평당 600만원으로 두 달 전 같은 동의 한신휴플러스2단지 같은 평형대보다 평당 80만원(15%) 이상 올랐다.

꺾일 줄 모르는 분양가 상승은 분양 시장 침체 속에서도 인기지역 단지는 여전히 잘 팔리는 데 따른 업체들의 자신감과 제품 고급화 등 때문이다.

강동시영2차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교통 등 입지여건이 좋은 저밀도지구 대단지여서 청약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이자 업체가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 같다"며 "하지만 조합원 분양권 시세가 일반 분양분보다 5000만~1억원 낮아 분양받는 메리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탄 2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업체들은 "시범단지보다 나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마감재 등의 수준을 올리다 보니 분양가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실수요조차 주저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춰도 분양이 쉽지 않아 오히려 비싼 분양가로 고급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마케팅 전략도 분양가 인상요인이다.

하지만 '배짱 분양'이 분양난을 더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값을 내려 분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값이 들썩일 땐 주변 시세를 내세워, 가격이 안정된 지금은 고급화 등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소비자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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