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2등, 실적 개선주를 연·기금이 담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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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업종 2등주와 실적 개선(턴어라운드)주에서 수익을 노린다. 전반적인 주식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한국 대표주를 산다’.

연·기금의 올해 주식 매매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다. 본지가 삼성·교보증권과 함께 올해 연·기금의 주식 매매 형태를 들여다본 결과다.

연·기금은 올 들어 10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9113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현대중공업(934억원 순매수)·하나금융지주(840억원)·기아차(824억원) 등을 많이 샀다. 삼성증권 정명지 수석연구원은 “연·기금은 현대차 대신 기아차, KB·신한금융지주가 아닌 하나금융지주, GS건설·삼성물산보다는 현대건설을 선호하는 등 업종 2등주를 주로 샀다”고 분석했다. 이는 ‘위기에서 회복된 뒤엔 2등주가 오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개 경제위기 때는 무너질 위험이 적은 1등주에 거래가 집중된다. 그러면서 2위 기업군의 주가가 많이 빠진다. 그러나 위기가 지나면 2위 기업 주식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주가가 오른다는 게 주식 시장의 ‘경험칙’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수주 가뭄에 시달리다 올 들어 해양 플랜트 등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원유 정제 마진 개선에 따라 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S-Oil도 많이 샀다. 턴어라운드 종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979억원 순매도)는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었다. LG전자는 연·기금뿐 아니라 투신(5444억원)과 보험(796억원)도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KT 주식도 381억원어치를 팔았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위원은 “올 초 KT 주가가 많이 오르자 전에 갖고 있던 물량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연·기금 중에서도 가장 큰손이다. 연·기금 주식 투자 자금의 90% 이상이 국민연금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정명지 연구원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을 따라 주식을 살 때는 그들이 움직이는 시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을 연말까지 16.6%로 한다’는 식의 지침을 갖고 있다. 보유 주식의 값이 많이 올라도 목표치를 벗어나면 주식을 팔아버린다.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여도 일단 처분한다. 이럴 때 개인들이 뒤늦게 들어가면 손해를 본다. 연·기금이 매입한 뒤 날짜가 많이 지났고, 가격도 올랐으면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을 놓고 봤을 때 기아차가 유의해야 할 주식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는 올 들어 3월 10일까지 연·기금 순매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기금은 주가가 1만8500~2만원 사이였던 1월 하순에 기아차 주식을 많이 샀다가 이달 8일 2만2800원까지 오르자 팔기 시작했다. 연·기금의 매도 등으로 인해 기아차 주가는 11일 현재 2만1800원으로 조금 하락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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