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 하늘에 혼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2일부터 사흘 동안 최대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태국 정부는 군 병력이 시위대를 통제할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을 적용키로 했다. 방콕과 주변 지역이 준계엄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시위 하루 전인 11일 방콕 도심 곳곳에는 자동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군인·경찰 5만여 명이 삼엄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방콕 외곽에서 도심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어김없이 검문소가 설치돼 통행 차량과 오토바이를 샅샅이 검색했다. 시위대의 대부분이 농촌에서 상경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방콕의 주요 간선도로는 이날 오후 내내 차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평소 30~40분 거리인 수완나품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기까지 두 시간 이상 걸렸다.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돌변할 것에 대비해 중무장한 군 병력이 외곽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의 폭동 진압 경찰들이 11일 방콕 주변의 경찰서에서 시위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이번 주말 방콕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히자 태국 정부는 방콕 시내에 5만여 명의 군과 경찰을 배치했다. [방콕 AFP=연합뉴스]
두바이에 망명 중인 것으로 알려진 탁신 전 총리는 트위터 등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최근 “나는 민주주의·정의·평등을 사랑하는 이들을 지지한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탁신은 시위 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지세력을 선동할 경우 태국 사회가 큰 혼돈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탁신 전 총리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지만 정치 개혁과 경제 성과로 지지층이 많기 때문이다. 또 탁신파와 군부세력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푸미폰 국왕의 노쇠화로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않다.
방콕=정용환 특파원, 서울=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