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EBS 강의를 수능시험에 70% 이상 반영한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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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올해부터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 내용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70% 이상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의 반영률 30%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장관이 직접 EBS 강의의 수능시험 반영률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BS 수능 강의와 수능시험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수능 강의의 위상이 강화되면 수험생의 사교육 의존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EBS 수능 강의와 교재가 수능시험 출제위원이 참고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최상의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EBS 수능 강의는 질과 내용이 학생 기대에 못 미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교과부가 올 들어 스타강사 50여 명을 영입하고 우수 교사 EBS 파견근무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수준별 맞춤형 강좌를 확대하는 등 수능 강의 질 높이기에 나섰지만 아직은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수능시험 반영률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건 오히려 수능 변별력 약화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EBS 수능 강의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학교 수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충수업이라면 몰라도 정규수업에조차 수능 강의가 비집고 들어오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하다. 학생들이 수능 강의와 교재를 달달 외우는 문제풀이식 공부에 매달리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EBS 수능 강의의 수능시험 반영률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강의의 질부터 획기적으로 높인 뒤 학교와 학생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반영률을 높여나가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사교육비 잡으려다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다리에 난 종기를 고치려다 온몸을 탈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