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 고아 돌봐온 일본 다우치원장 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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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몸은 떠나도 마음은 항상 아이들 곁에 있을 거예요. 또 완전히 가는 게 아니고, 자주 왔다갔다할 겁니다. "

일본 국적의 처녀 몸으로 전남 목포의 공생원에서 고아 등 1백30여명을 돌봐온 다우치 미도리(田內綠.29.한국명 尹錄)원장이 다음달 한국을 떠난다.

그의 아버지 다우치 모도이(田內基.58)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사무국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1998년 9월 원장을 맡아 자식처럼 보살펴 온 아이들과 2년7개월 만에 이별하는 것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있는 재단 시설을 후원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며 "사회복지가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 이상을 서비스해야 하는데 국가 보조금으론 부족해 후원 구조가 튼튼하지 않으면 힘들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28년 공생원을 세운 한국인 윤치호(尹致浩)씨와 그를 돕다가 결혼한 목포 주둔 일본군인의 딸 다우치 지즈코(田內千鶴子.한국명 尹鶴子)여사의 손녀.

지즈코 여사는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남편의 뒤를 이어 이국 고아들을 돌보다 68년 숨을 거뒀다. 그의 일대기는 일본에서 영화 '사랑의 묵시록' 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공생원은 지즈코 여사에 이어 딸 다우치 기요미(田內淸美.60)와 손녀 미도리 원장 등 다우치 집안 3대가 운영해 왔다.

앞으로 공생원 살림은 기요미의 딸이자 미도리 원장의 고종사촌인 한국 국적의 정애라(40)씨가 맡게 된다.

목포〓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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