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등 수요 급증 "흙 구할 데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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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흙이 금값이 됐다. 택지개발사업과 농촌의 객토(客土)작업으로 흙 수요는 많아졌지만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이 흙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고, 흙값은 치솟고 있다.

전주시는 택지개발 등 각종 사업에 3백만㎥ 가량의 흙이 필요하나 확보량은 1백20만㎥로 절반도 안된다.

다음달 착공할 송천지구 택지개발의 경우 낮은 곳을 메울 흙 60만㎥가 필요하나 확보한 것은 우아동 안덕원 지하차도 공사장에서 나온 20만㎥에 불과하다.

덕진동 하가지구 택지개발사업도 필요한 흙 1백만~1백50만㎥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내년 착공할 완산구 효자.삼천동 서부신시가지 조성사업은 지대가 높은 곳을 깎아 낮은 데를 메우면 되지만 개발지역 곳곳에 묻혀 있는 다량의 쓰레기를 파내고 메울 흙은 구하지 못했다.

흙을 구하느라 애를 먹기는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농촌지역에서는 요즘 논의 땅심을 높이기 위해 황토를 뿌리는 객토작업 철인데 흙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목(58.군산시 대야면 복교리)씨는 "상토작업에 쓸 황토 4t이 필요하나 1t밖에 구하지 못해 영농에 차질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3년 전만 해도 운반비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흙 값을 쳐주고 사려고 해도 없다는 것이다.

흙 품귀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환경단체들의 제동 등으로 인해 산을 깎아 짓는 아파트를 비롯한 건설현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흙값이 ㎥당 운반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2만원선으로 지난해 1만원보다 배가 올랐다. 농민들이 쓰는 황토 값은 5만원으로 두배 가량 비싸졌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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