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자격증따러 출원포기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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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두달만 더 있게 해주세요. "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해 8월 충주소년원에 들어간 중학 중퇴생 全모(17)군이 이달 초 출원(出院)을 앞두고 소년원측에 한 요청이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시험을 볼 때까지 더 머물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희망대로 다음달말까지 출원을 늦춘 全군은 컴퓨터와 함께 고입 검정고시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

1999년 3월 1년6개월의 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갔던 李모(19)군. 그는 컴퓨터특별반에 편성된 뒤 출원을 석달 연기하며 인터넷 정보검색사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세개나 땄다. 지난해말 사회로 돌아온 그는 그 덕에 지금 컴퓨터학원 강사가 됐다.

법무부가 1999년 9월 소년원 교육을 일반 중.고교 교과목 중심에서 컴퓨터.영어회화 등 실용 위주로 방향을 바꾼 뒤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육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뒤 사회로 돌아가겠다는 신청이 늘고 있다" 는 관계자의 말이다.

법무부 보호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출원 연기신청을 한 소년원생은 모두 1백65명. ▶서울소년원 27명▶대구소년원 18명▶부산소년원 16명 등이다.

지난해 9월 전국 12개 소년원에 컴퓨터애니메이션.PC수리.컴퓨터그래픽 등 고급과정이 생긴 뒤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가거나 중소.벤처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6개월 미만의 보호처분을 받은 원생들의 경우 "쓸만한 자격증을 따려면 6개월은 너무 짧다" 고 하소연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년원측도 과거 몸이 아픈 경우에만 적용하던 출원연기를 석달 정도 범위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 12개 소년원에서 진행 중인 주 40시간의 실용교육은 외국어 강사 25명과 대학교수급 컴퓨터 강사 1백98명이 맡고 있다.

이처럼 소년원 교육이 '괜찮은 수준' 으로 알려지자 최근엔 가정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 중 세명이 스스로 소년원행을 택한 사례도 생겼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성화교육 위주로 편제를 바꾼 뒤 대학 진학 36명, 취업 5백65명 등 이전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 소개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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