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융업 철수 앞당겨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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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그룹이 정부와 미국 AIG그룹의 투자협상 결과에 따라 금융업에서 사실상 손을 뗄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진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증권은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현대투자신탁증권 투자협상에 직접 포함되진 않았다" 면서 "그러나 현대그룹(정몽헌 회장 계열)이 금융 계열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며 현대투신.투신운용의 대주주인 현대증권도 (투신 처리에)책임이 있는 만큼 상황이 유동적이다" 고 말했다.

정부와 AIG측의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증권의 경영권도 AIG측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陳위원은 이와 관련, "AIG측은 본래부터 현대증권.투신.투신운용 등 3개사의 동시 인수를 고려해온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 자구방안에서 밝힌 입장에 변함이 없다" 면서 "외자유치가 된다면 현대투신증권뿐 아니라 현대증권.현대투신운용 등 금융 관련 계열사의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을 방침" 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AIG측은 이날부터 현대투신.투신운용의 공동 실사에 들어가 다음달 말께 결과가 나오면 투자.출자금액과 인수대상 회사 등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말께 현대투신을 포함한 현대 금융계열사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부와 AIG와의 현대투신 출자협상은 원만하게 진행 중이며, 이르면 4월 말께 가닥을 잡을 것" 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실사 결과 잠재부실이 크게 드러날 경우 양측이 출자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실사 결과가 나와야 협상타결 여부를 점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한편 AIG측은 현대증권 인수를 포함해 현대투신증권에 1조2천억원 정도의 출자 의사를 밝혔으며, 정부측도 1조원 안팎의 출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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