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순익, 국민 +7천억·한빛 - 3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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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4년째 적자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돈을 버는 은행과 못버는 은행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22개 은행 중 국민은행 7천1백97억원, 주택은행 5천2백38억원 등 12개 은행은 흑자를 낸 반면 한빛은행(마이너스 3조64억원) 등 10개 은행은 적자를 기록했다.

시중 은행권 전체로는 1999년(5조9천억원 적자)보다 3조원 넘게 적자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2조3천9백99억원의 손실을 냈다.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부문에서 13조1천억원, 신용카드 등 각종 수수료에서 4조7천억원 등의 이익을 냈지만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데만 13조원이 넘는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과 대우그룹 등의 부실채권이 여전히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은행권의 2000년 영업실적에 따르면 조흥.제일은행이 전년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반면 한미은행은 흑자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자.수수료로 번 수익, 부실채권 처리로 까먹어〓99년 5백억원의 흑자를 낸 한미은행이 지난해 4천억원의 적자를 낸 것은 주로 대우그룹과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성적표가 1조4천억원의 적자로 나타난 것도 대우계열사 채권(6천1백억원 손실)과 한국중공업(3천3백억원 손실)주식 등을 팔면서 본 1조8천억원의 손실 때문이다.

대기업에 대출을 많이 한 한빛.서울.외환은행 등이 대형 적자대열에 선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비해 제일은행은 부실채권을 정부가 되사주는 바람에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금에 쌓는 충당금을 거의 적립하지 않아 99년 1조원 적자에서 지난해 3천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 은행 차별화 가속〓국민.주택.신한은행은 99년에 이어 흑자폭을 계속 늘렸다. 반면 한빛.서울.외환은행은 99년에 이어 대규모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자산을 굴려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도 ▶제일(1.13%)▶국민(0.97%)▶주택(0.94%)은행 등이 선진국 수준인 1%에 근접한 반면 서울.한빛.평화은행 등은 마이너스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 등은 올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만 이익은 많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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