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증거 묵살에 국가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시민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1부(재판장 李東明부장판사)는 26일 1996년 연쇄 강도.강간 피의자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金모(29)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2천5백만원을 배상하라" 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속옷에 묻은 정액검사 결과 金씨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이를 숨기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게 했다" 며 "이는 수사기관의 위법한 행위" 라고 밝혔다.

수사를 했던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이에 대해 "당시 범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정황증거가 많았는데 예상 밖의 검사 결과여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金씨는 96년 8월부터 서울 대림동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 강도.강간 피의자로 지목돼 97년 4월 징역 15년 선고와 함께 3백40일간 구속됐었다. 무죄판결 후 金씨는 1천5백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고 99년 국가를 상대로 이 소송을 냈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