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 국정원장 잇단 낙마끝 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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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건 국정원장의 등장을 보고 그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개인적 한(恨)이 좀 풀렸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따라다니던 '슬롯머신 사건 연루의혹' 딱지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에서다.

5.6공시절 호남 출신으론 유일하게 요직인 대검 중수부장을 맡았던 그는 YS정권 초기 좌절했다.

당시 슬롯머신 업계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씨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법무차관직을 내놓았던 것.

그는 "평검사 시절 우연히 알게 돼 친교를 맺어왔을 뿐" 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는 1997년 대선 직전 국민회의 법률특보로 들어가면서 재기를 모색했다.

대선 정국에서 'DJ 비자금' 수사 유보와 북풍(北風)해결에 공로를 세운 그는 DJ정부 출범직후 국정원 제2차장(국내 파트)을 맡았다. 그러나 이후 몇차례 개각에서 낙마를 거듭했다.

지난해 말엔 진승현 MCI코리아부회장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는 구설에 올랐다가 이를 제기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부총재의 사과를 받아냈다.

그는 현정권 들어 네번째 최고정보 책임자다. 전임 이종찬(李鍾贊).천용택(千容宅)원장쪽보다는 임동원원장의 스타일처럼 조용히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내곡동(국정원 청사)진입에 대해 국정원 국내 파트에선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정보 수집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그렇지만 차기주자 경쟁.대선정국이 가까워지면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시비가 일 가능성이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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