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개각] 'DJ식' 밀어붙이기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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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26 개각에서 드러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선택은 분명했다.

그것은 남은 임기 중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올 한해의 국정 장악력을 확실히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국정관리 기조로 내세운 '강한 정부론' 을 탄탄하게 다지는 인선" 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이 선택한 수단은 국가정보원의 기능 재정리와, 'DJP+α(민국당)' 의 3당 정책연합이라는 카드.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을 통일부장관으로 돌리고 검찰 특수부 출신인 신건(辛建)전 국정원2차장(국내 파트)을 그 자리에 앉혔다. 林전원장의 국정원이 대북정책에 대한 金대통령의 애착을 드러낸 것이었다면 辛원장의 국정원은 국내정치로의 우선순위 조정을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林전원장이 대북협상에 치중하는 바람에 국정원의 다른 기능은 저조했다" 고 지적했다. 이제 남북대화의 틀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보고 국정원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

'DJP+α' 카드는 한나라당한테 당한 소수여당의 설움에서 벗어나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과반수로 국회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청와대 참모(정책기획수석)로 복귀한 것은 金대통령이 국정보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辛원장의 기용과 朴전장관의 정치적 재기는 이해찬(李海瓚)민주당 정책위의장의 기용(25일)과 함께 '법과 원칙' 에 따라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다짐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朴전장관의 공식적인 권부(權府)재진입은 권력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임동원 국정원장-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의 이른바 '빅3' 에 새로 辛원장이 들어오고, 朴전장관이 재등장한 것은 金대통령의 권력운영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택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시비' 나 '정치권의 장관 나눠먹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朴전장관의 복귀를 묶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 일부 여론에서 '강한 정부론' 을 비판한다 해도 일관되게 개혁정책을 밀어붙여 성과를 얻으면 민심(民心)을 얻을 수 있다고 金대통령은 확신한다" 면서 "이번 개각은 金대통령의 고심작" 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金대통령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와 이른바 '제2의 DJP공조' 에 나서면서 자민련 의원을 내각에 집어넣는 성격의 개각을 구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워싱턴에서 있은 DJ-부시 정상회담은 金대통령의 국정 스케줄을 헝클어놓았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가 차질을 빚고 대미 교섭라인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외교안보팀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지난주 의보재정 위기.의약분업 혼선으로 드러난 국정 표류는 金대통령으로 하여금 새로운 결심을 하게 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金대통령은 국정난맥을 쇄신, 정책 추진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적.모색했고 이번 개각은 국정의 그런 승부욕이 담겨 있다" 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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