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개각] 경제정책 큰틀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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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팀 개각의 특징은 '거시경제팀은 유임-실무 집행부서는 물갈이' 로 요약된다. 경제팀의 3대 중심 축인 경제부총리-청와대 경제수석-금융감독위원장이 유임돼 경제운영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장관.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도 자리를 지켰다.

부총리.경제수석.금감위원장 등 3대 축의 유임은 경제정책이 성과를 냈다기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4대 개혁 등 이미 벌인 일들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 인수와 제한적 경기회복 대책 등 이미 발표한 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대 문제와 실업 증가 등 경제 현안을 돌파하겠다는 의미" 라고 풀이했다.

악화하는 미국.일본의 경제상황도 거시경제팀을 흔들지 않는 쪽으로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해외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3대 축의 유임은 전문 경제관료 출신인 이들에게 정책 조율을 통한 효과적인 정책조합을 개발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진념 부총리-이기호 경제수석-이근영 금감위원장 팀은 지난 7개월 동안 자주 접촉하면서 진념 부총리를 중심으로 무난하게 정책 조율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산업자원.건설교통.해양수산.과학기술부 등 실무 집행부서에는 정치인 출신을 장관에 임명해 관료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 경제분야의 신임 장관 중 정치권과 관계없는 인물은 양승택 정보통신부장관이 유일하다.

추진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을 전면에 배치해 정권 후반기에 느슨해지는 관료 조직을 다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가 관료 조직에 의존하다 의약분업.신공항.새만금 사업 등에서 정책혼선과 부작용을 초래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권 출신의 신임 장관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서 제대로 매듭을 풀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번 개각으로 경제팀 내부에 불협화음이 높아지리란 관측도 있다. 특히 장재식 산업자원부장관의 경우 소신이 강하고 진념 부총리보다 고시 선배여서 경제팀 내부의 조율과정이 주목된다. 또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이 대거 경제장관으로 들어온 데다 당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울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가세해 사안에 따라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누르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환(46).정우택(48)장관과 김덕배(47)중기특위 위원장 등 40대 세명이 입각해 경제팀의 색깔은 젊어졌다. 鄭장관의 경우 고시 동기생이 대부분 경제부처의 과장급이어서 고시 선배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관심사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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