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용래 '목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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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솟구치고 솟구치는 옥양목 빛이랴

송이 송이 무엇을 마냥 갈구하는 산염불(山念佛)이랴.

꿈 속의 꿈인양 엇 갈리는 백년의 사랑

쑥물 이끼 데불고 구름이랑

조아리고 머리 조아리고 살더이다.

흙비 뿌리는

뜰에 언덕에

박용래(1925~80)의 '목련'

목련꽃은 하얀 색깔의 매우 정갈한 꽃이다. 황사가 일어 흙비가 내리는 날 그러한 느낌은 더 하다. 이 봄, 여러분은 뒤뜰의 외진 곳에 홀로 피어 말 없이 하루 해를 보내고 있는 목련을 보았을 때 그것을 무엇과 같다고 생각하는가.

시인은 소복(옥양목 빛)한 미망인이 홀로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 기도(산염불)의 내용은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 엇갈려버린 사랑의 인연을 저 세상에서라도 잇고자 하는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랑이 어디 백년만의 사랑이겠는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항상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오세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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