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 때 한·미·일 따라잡자" 동남아 반도체 투자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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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보도했다. 현재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이 속속 완공돼 곧 가동할 예정이고, 이와는 별도로 새로운 투자계획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 잇따른 공장 설립〓말레이시아의 퍼스트실리콘은 일본의 샤프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한달에 8인치 웨이퍼 2만장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설립, 곧 가동에 들어간다. 투자금액은 앞으로 계획된 것까지 포함해 10억달러를 넘는다. 또 다른 말레이시아 업체인 실테라도 연내 한달에 3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대만의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36억달러를 들여 매월 12인치 웨이퍼 4만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싱가포르에 건설키로 했다. 이 공장은 2002년부터 부분 가동할 예정이다.

태국에서도 국책 사업으로 타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며, 연내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퍼스트실리콘의 최대주주는 주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며, UMC의 싱가포르 공장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산하 투자회사에서 25%를 출자했다.

◇ 파급 효과〓전문가들은 반도체의 주된 수요처인 PC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이 늘어나면 반도체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동남아 업체들의 입장에선 한국.일본.미국 등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선발 주자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 등이 한참 앞서 있는 D램 등 메모리 분야보다는 플래시메모리.로직IC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실리콘의 클라우디오 로도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시장의 조정국면은 단기에 끝나고 다시 큰 폭의 성장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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