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한국화전 사군자 소재로 변형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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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수묵의 난초 한줄기가 반토막만 그려져 있다. 그림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기운이 느껴지는 필획이다.

바로 옆에는 나머지 반토막을 이어 그린 작품이 붙어 있다. 힘차게 이어지는 필획은 공간을 뛰어넘어 두 그림을 연결한다. 두 그림을 합쳐 하나의 작품 '나는 공간' 을 만들었다.

한국화가 김성희씨가 28일~4월 3일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특유한 사람-사군자 그림' 전을 연다. 전통적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 결합한 독특한 작품들이다.

'풀의 눈-무진장' 은 수많은 풀잎들이 화면을 뒤덮고 있다. 그런데 풀잎마다 눈이 하나씩 그려져 있다.

배를 타고 강물 위를 흘러가는 사람을 그린 어주도(魚舟圖)를 변형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커다란 대나무의 마디 대신에 조그만 어주도를 진한 획으로 그려넣는 기법을 쓰고있다.

산수화의 강렬한 바위주름이 대나무 두그루 사이를 쪼개며 떨어져 내릴 듯한 '부서진 순간' 도 있다. 중후함과 고아함이 서로 긴장을 이루면서 공존한다.

국화 줄기에 붙은 수많은 어주도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묵직한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에 출강 중이다. 02-735-9938.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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