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등 끌어들여 교통사고 '아르바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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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문 사기단이나 조직폭력배들이 벌이는 교통사고 보험사기극에 대학생과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위장 피해자' 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 등은 아르바이트 삼아 범행에 가담하고 있으며 사기단은 경찰의 추적이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손해보험협회는 이달 초 전북도내 대학생.유흥업소 종사자 등 5백여명이 30억원대에 이르는 보험 사기에 위장 피해자로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실태〓전북경찰청은 지난해 말 전북도 일대에서 신호위반.음주운전 차량들을 상대로 13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합의금 명목으로 가해자로부터 7천여만원을 뜯어낸 사기단 일당 20명을 적발했다.

이들 중에는 J대학 2학년 李모(23.여)씨 등 대학생 1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金모(27)씨의 소개로 아르바이트 삼아 사기극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방통행로나 유흥가 앞 도로 등에서 음주운전자 등을 상대로 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금과 합의금으로 3백만~5백만원씩을 챙기는 보험사기극에 대학생들이 위장 피해자로 자주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대학생을 신뢰하는 점을 악용한 사례" 라며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행 때마다 대학생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바꾸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시민 피해〓손보협회에 따르면 전북 익산시의 경우 손해율(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지급받은 보상금의 비율)이 99년 1백1%, 2000년 92%로 전국 평균(7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현재 전국 11개 손보사는 연간 4백여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전북도 등 몇몇 지역에 대해 지점을 폐쇄했거나 폐쇄를 검토 중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은 지역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타지역 가입자보다 많은 보험료를 받고 있다. 전북지역 가입자들은 타지역 가입자보다 연간 평균 2만~3만원 정도 더 낸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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