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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 보복인사 공기업 간부 3명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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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앞으로 내부 비리를 고발한 사람을 함부로'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어 보복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는 내부 신고자에게 보복 인사를 한 공사 간부를 제재하고, 한편으론 내부 고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람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공직 내부의 부패를 제보한 공무원을 전보한 자치단체장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첫 판결도 나왔다.

◆수사협력자 보복인사 제재="대우건설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서류조작 등 부정이 있었다." 2004년 5월 초 자산관리공사 직원 2명은 비리 의혹을 사내 감사에게 제보한다. 감사는 이를 근거로 비리 의혹 관련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제보자 2명은 검찰에 나가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 이후 두 제보자는 '고발 후유증'을 겪게 된다. "쓸데 없이 제보해 조직 분란만 일으켰다"는 이유로 회사에서'코너'에 몰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 본사에 근무하던 두 사람은 지방 지사로 전보됐다. 노조는 "부당한 인사"라며 항의했고 인사보복 의혹이 외부로 퍼져나갔다. 결국 부방위 조사로 "내부 고발로 조직에 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전보됐음이 드러났다.

부방위는 26일 인사담당 임원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인사 부장.팀장에 대해서는 징계처분 요구와 함께 25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부방위가 수사기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보복 인사를 한 공사 간부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수사기관이 아닌 부방위.감사원에 내부 고발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 공무원만 징계해 왔다. 자산관리공사 측은 "지방 발령을 낸 직원 두 명은 바로 원상복귀시켰다"고 말했다.

◆보복인사 단체장에게 배상 판결= 수원지법 안산지원 조정현 판사는 26일 안산시청 6급 공무원 김모(48)씨가 송진섭 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시 인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시청에서 동사무소로 전보한 것은 보복 조치"라며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 판사는 또 "부방위가 인사상 원상회복 조치를 통보했는 데도 22개월 동안 이행을 거부한 채 시청 전자게시판 등에 허위 사실을 올려놓아 원고 명예를 훼손한 점도 인정된다"면서 별도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김씨는 안산시가 1996년부터 추진한 안산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 부당하게 지급된 예산 38억원의 환수와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2002년 초 부방위.감사원에 냈다. 그러자 송 시장은 같은 해 11월 김씨를 시청에서 동사무소 등으로 전보했었다.

◆문제점.대책=2002년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을 담은 부패방지법이 시행된 뒤 지금까지 "내부 고발에 따른 신분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부방위에 신분 보호를 요청한 경우는 모두 8건. 부방위는 해당 기관장에게 내부 고발자의 신분 보장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또 현행 부패방지법 상에는 내부고발자를 보복했을 경우 처벌하거나 원상 회복을 요구할 규정이 없다.

부방위는 26일 부패 행위 신고자에게 보복하면 형사 처벌도 가능하게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부방위는 또 부방위.수사기관.감사원 이외에 소속기관 및 감독기관에 부패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도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의 내부 신고자 보호 대상에 부패사범 및 대형 경제사범 신고자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갑생.조강수 기자, 안산=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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