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 기행] 적송 다듬은 하나뿐인 목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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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세계 최고의 문화재라고 극찬한 일본 국보 1호 목조미륵반가사유상(木造彌勒半跏思惟像)의 재료는 한국에서 나는 적송(赤松)입니다. 따라서 이 사유상은 한국인이 만든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1천년을 견디는 좋은 목재가 있었기에 한국인은 거대하며 아름다운 목탑을 많이 세웠습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황룡사 9층 목탑은 탑신만 60m로 20층 건물 높이인데 그 위에 20m 높이의 상륜부가 있었으니 남아 있었다면 세계문화유산 중에서도 으뜸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목탑들은 몽고인과 왜인들의 침략 때 전부 불타 버렸고, 임진왜란 후 중건해 유일하게 남은 것이 법주사 팔상전(法住寺 捌相殿)입니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폭의 그림으로 묘사한 팔상도(捌相圖)를 봉안해 팔상전이라 부르는 이 탑은 우리나라 목탑의 형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중한 문화재로 국보 55호입니다.

5층 지붕 위에는 상륜부가 온전하게 남아 있고, 상륜부 보주와 5층 추녀 네 귀를 쇠사슬로 연결해 놓았으며, 중심에는 굵은 기둥 하나가 5층 꼭대기까지 버티고 있고, 3층까지 천장이 트여 있습니다. 팔상전은 아래층 면적이 넓어서 안정감이 있고 장중합니다.

한국인이 전해준 기술로 지은 일본 목조탑의 깔끔하고 경쾌한 모습과 비교해 보면서 우리의 알타리 무씨를 일본에 심으면 '다꾸앙' 이 된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글.그림〓김영택(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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