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학부모들 자녀과외 '품앗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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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외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부들이 품앗이 과외에 나서고, 지자체가 방과후 교실을 개설하는 등 사교육비 절약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전 서구 갈마동 경성큰마을 주부 3명은 이달초부터 자신들의 주특기를 살려 자녀들을 번갈아가며 가르치고 있다.

모두 유치원생 자녀를 둔 이들 가운데 이희경(32)씨는 대학시절 전공(성악)을 살려 1주일에 3차례 피아노와 노래를 지도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 정온(30)씨는 동화를 영어로 들려주며, 결혼전 관광가이드 한 황재화(32)씨는 우리나라 지도와 세계지도를 이용해 자연학습과 세계의 풍속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같은 품앗이 과외는 대전 둔산신도시나 대덕연구단지 주변등 고학력 부모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 특히 활기를 띠고 있다.

李씨는 "평소 잘알고 지내던 동네 주부들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있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품앗이 지도를 하게 됐다" 며 "유치원이나 학원에 다니는 것에 비해 교육비를 절감할 수있는 것은 물론 학부모가 언제든지 지도할 수있는 게 장점" 이라고 말했다.

또 대전 유성구는 19일부터 12월말까지 주 3차례씩 관내 17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취미교실을 운영한다. 교육과목은 영어회화.컴퓨터.서예 등 25개 과목이며 학생들은 교재비만 내면 된다.

구는 이를 위해 여성전문인력 51명을 명예교사로 위촉했다.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신성동에만 박사가 3천여명(전체인구 2만1천여명)에 달하는 등 관내에 고급두뇌가 많아 가정주부 중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윤성은(50.여)씨는 "학부모간에 자녀 교육을 돕는 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전시도 학원연합회 협조를 받아 다음달부터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료 과외를 실시키로 하고 이달말까지 각 구청에서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교습 대상은 모.부자가정 자녀와 소년소녀가장 중 초.중학생(총 1천7백63명)이다. 과목은 피아노.컴퓨터.미술.영어 등 4개 과목이다.

한편 이번 학기부터 초등학교에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이 실시되면서 홍성군 등 지방 중소도시에도 부모들이 유치원생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등 영어과외 열풍이 불어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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