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부시도 북한 포용정책 펼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클린턴 대북협상 릴레이팀' 의 마지막 주자로 북한과의 미사일 줄다리기에 깊숙이 개입했다.

셔먼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부시 행정부에 대북협상 재개를 강력히 권고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중 주요내용이다.

-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내비쳤다. 당신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함께 金위원장과 협상을 벌였다. 북한은 정녕 달라지고 있는가.

"클린턴 행정부와의 막판 협상과정에서 북한은 미사일 관련 기술의 수출과 모든 종류의 미사일의 생산과 시험발사를 중지할 태세가 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는 우리의 우려대상인 장거리 미사일도 포함된다. "

- 부시 대통령은 검증문제도 거론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金위원장은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외국관리들이 북한에 들어와 실시하는 '현장검증' 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북한의 약속을 어떻게 검증하나.

"클린턴 대통령도 검증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와 북한은 막판협상에서 검증방법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소진되고 말았다. 북한이 현장검증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주권국가도 자신들이 이라크 같은 나라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검증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

- 북한이 이미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제네바 합의는 잘 지켜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람들이 1년 3백65일, 하루 24시간 영변에서 핵동결을 감시하고 있다. 협상을 주도한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가 적절하고 충분한 검증장치를 마련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네바 합의는 검증문제에 대해 북한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징표다. 부시 행정부는 협상을 해야 충분한 검증장치가 가능한 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의 중요한 명분이다. 만약 북한과의 미사일 해결 협상에 성공한다면 부시 행정부는 NMD 계획을 수정해야 하나.

"NMD를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새로운 기술도 개발해야 하며 비용도 많이 든다. 그걸 추진하면서 동시에 북한과 대화를 하면 이점이 많을 수 있다. NMD 비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을 수 있고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

- 정상회담 전 대북협상 필요론을 강조했던 파월 장관은 회담후 강경한 쪽으로 말을 바꿨다. 부시 대통령이 그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분석이 많다.

"파월 장관이 너무 앞으로 나갔다는 시각들이 행정부 내에 있었고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를 원했을 것으로 나는 추정한다. "

- 그렇다면 파월의 대북협상론은 실종된 것인가.

"파월은 실용적이며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고 나는 느낀다. 나와 동료들은 파월 장관에게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잘 이해하고 있으며 우리가 협상했던 어떤 부분들은 아주 크게 평가했다. 전 정부의 말기에 협상테이블에 남겨졌던 미사일 협상 아이디어를 다시 검토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파월 장관의 의지가 종국에는 받아들여지고 실현될 것으로 나는 기대한다. "

- 부시 대통령은 金대통령에게 휴전선에 집중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감축문제도 거론했고 부시팀은 대북협상 테이블에 이를 올릴 가능성도 크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이를 어떻게 다뤘나.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재래식 무기를 해결하는 주도적 역할은 한국이 담당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은 북한 재래식 전력이 남한이 느끼는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더러 전력을 뒤로 빼라고 하면 북한도 남한이나 주한미군 전력에 대해 요구할 것이다. 몇년 전 하와이에서 열린 첫번째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회의에서 미국은 주로 핵과 미사일에 전념하고 한국이 재래식 전력 문제를 주도한다는 대체적인 이해가 있었다. "

- 당신은 김정일 위원장의 진면목을 엿볼 기회를 가졌다. 金위원장이 서울에 올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그에게 무슨 얘기를 해주고 싶나.

"새 행정부 들어 미국의 대북관에 변화가 있지만 대북관계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변화는 행정부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다. 나는 金위원장이 아시아적 인내심의 개념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모든 당사자들이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부시 행정부에 시간을 좀 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부시 행정부가 곧 대화 포용정책을 재개하리라 믿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대화에서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서울 답방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대담함을 보일 차례다. 그는 자신이 평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

워싱턴〓김진 특파원

<웬디 셔먼은 누구…>

웬디 셔먼은 2000년 9월 미국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내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사임하자 그 후임으로 발탁됐다. 부시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조정관직에서 물러났으며 대북정책 조정관 직책도 국무부 기구개편으로 없어졌다.

1997년부터 국무부 자문관으로 발탁된 그녀는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볼티모어 출신으로 71년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80년 바버라 마이컬키스 상원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87~88년 마이클 듀커키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에 관여했으며 93년 의회 담당 차관보로 국무부와 인연을 맺었다. 96년부터 컨설팅기관 패니 메이의 사장으로 있다가 이듬해 국무부 자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