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10월 한·중·일 방문 왜 벌써 발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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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0월 아시아 방문 계획이 여러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일본.중국 아시아 3국에 대한 방문이 이례적으로 무려 6개월이나 앞당겨 발표된 데다 그 배경에 민감한 외교적 고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부시의 중국 방문은 사실 '뉴스' 가 아니다.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혔다. 바로 이 때문에 백악관의 뒤늦은 발표가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발표의 핵심은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앞서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는 것" 이라며 "백악관이 이를 밝힌 것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부시의 중국 방문을 미리 터뜨린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적 대응" 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이 부시의 방중을 미리 공개하는 외교적 공세를 취한 것에 대해 '전략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주적인 중국보다 아시아의 동맹국인 한국.일본을 먼저 방문한다' 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선제(先制) 발표를 별로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첫 고위 관리인 첸치천(錢其琛)부총리가 22일 도착하면 그의 체류 기간 중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사실을 공개하려고 했다" 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공화당은 지난 대선 때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 중 아시아를 방문하면서 중국만 찾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일본을 빼먹은 적이 있었던 것을 여러번 비판했다" 며 "중국에 앞서 한국.일본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6개월이나 앞당겨 공개한 데는 '공화당은 다르다' 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상의 외국 방문은 관련국들이 세부 사항을 어느 정도 조율한 후 발표 시기까지 합의하는 것이 통례인 만큼 이번의 발표는 정치적인 것" 이라고 짚었다.

중국을 견제하고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일본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기본 정책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부시의 답방을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맞춰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부시의 한국 방문 발표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의 '균열' 후유증을 봉합하려 한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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