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64. 잘못 쓴 우편번호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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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우리 광화문우체국에 한 중년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그 분은 "울산으로 보낸 우편물이 늦게 배달돼 큰 손해를 보았으니 물어내라" 고 거칠게 항의했다.

조사해 보니 그 분이 우편번호를 잘못 적는 바람에 우편물이 마산우체국까지 갔다가 다시 보내지는 과정에서 늦게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우편물 처리는 전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으로 했으나 이후 기술개발과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로 현재는 선진국 수준의 자동화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편번호를 잘못 쓰면 자동화 시스템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배달우체국에서는 우편번호를 잘못 쓴 우편물을 집배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재분류해야 한다.

집배원들이 하루 평균 1시간30분 이상 수작업하는 것을 비용으로 따지면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용자 스스로 우편요금의 상승요인을 만들고 우편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우편번호 개편에 따라 건물이나 번지에 별도로 부여된 새 우편번호를 쓰지 않고 읍.면.동 단위에 부여된 종전의 우편번호를 쓰는 경우가 많다.

또 주소지와 다른 시.군의 우편번호를 써서 잘못 발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록달록한 모양을 낸 팬시 우편물도 업무처리를 어렵게 한다. 주로 청소년층에서 방송국이나 경품이벤트 행사업체에 보내는 우편물이 그러한데, 우편번호와 주소를 바르게 적더라도 봉투색깔이 짙어 기계처리를 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우편번호를 바르게 쓰는 것은 이용자의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이해돼야 한다.

우체국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고품질의 우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편번호 홍보 등에 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고객의 성숙한 의식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찬수 <광화문우체국 집배업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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