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화가 60대 할머니 첫 전시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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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꿈에도 그리던 전시회를 열게 돼 너무 기쁩니다."

오는 22일까지 부산 롯데화랑에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 첫 전시회를 열고 있는 아마추어 화가 박정숙(朴貞淑 ·63)씨.‘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란 주제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 그녀는 뒤늦게 미술을 시작,10여년만에 전시회를 열게 된 감격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1961년 부산대 간호학과를 나와 초등학교 양호선생으로 활동하다 67년 둘째 아이 출산을 계기로 평범한 주부가 됐다.

그러나 마음 속에선 그림에 대한 그리움이 커가기만 했다.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화폭에 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90년 3월 장남을 출가시킨 뒤 아마추어 화가들의 공동 작업실(수영구 남천동)을 찾았다.

오전에 집안일을 서둘러 마치고 오후에는 작업실로 달려가 5시간 넘게 그림을 그렸다.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집에 돌아와 새벽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11년 동안 전국의 아름다운 강 ·산 ·섬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스케치여행을 다녔다.

전시 작품 22점 모두 유화로 장미 ·갈대 ·나무숲 등 자연을 그린 작품이다.작은 체구에 맞지 않게 붓 터치는 젊은 사람 못지 않게 거칠고 힘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朴씨는 “앞으로는 사람 얼굴을 그리고 싶다.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밝게 웃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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