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첫 경매'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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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법원경매시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한 가지 있다. 첫 경매에 응찰하면 경쟁자 없이 감정가에 낙찰할 수 있는데도 굳이 한차례 유찰한 뒤에야 응찰해 감정가보다 높은 값에 낙찰하는 것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응찰자들의 군중심리에서 찾는다. 경합자가 없을 때는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응찰자가 몰리면 가격을 불문하고 달려드는 불합리한 행태가 그것이다.

일반인이 첫 경매를 소홀히 하는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사설경매업체의 경매정보지를 통해 물건을 찾는다. 업체들은 첫 경매물건에 대해선 법원의 기록을 옮겨 적을 시간이 부족한 탓에 임차인의 내역이나 물건의 상태 등을 꼼꼼히 기록하지 않는다.

결국 일반인들은 관심 있는 물건이 있어도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한 나머지 첫 경매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인기 주거지역의 아파트를 사고 싶을 때는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달 17일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경매로 나온 가락시영아파트는 재건축 인기 단지임을 증명하듯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낙찰가가 1억3천4백만원으로 감정가 1억3천만원보다 높았고 일반 매매시세인 1억4천만원과 큰 차가 없었다는 것.

이 물건은 지난 1월 첫 경매 때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만약 첫 경매에서 한 명이라도 응찰했다면 감정가만 써내도 2회 때보다 4백만원 싸게 이 물건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날 가락시영아파트를 낙찰하지 못한 열 명이 아쉬워하며 법정을 빠져나갈 때, 그들 뒤에 서있던 주부 윤선희(42)씨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잠실주공 5단지 34평형에 단독 입찰해 감정가인 2억6천만원에 낙찰했기 때문이다. 일반 매매시세는 2억8천만원 안팎.

尹씨가 시세보다 2천여만원이나 싸게 낙찰한 비결은 간단하다. 첫 경매를 노린 것이다. 경매 초보자인 尹씨는 경매법정에 몇 차례 드나들면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인기 있는 아파트는 감정가와 비슷한 값에 낙찰된다는 것과 2~3회차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법원은 경매기일 일주일 전부터 각종 권리자들의 내역과 법원통지문, 감정평가자료 등 경매관련 자료와 기록을 공개한다.

재건축아파트 등 경쟁이 치열할 만한 경매물건에 대해 법원의 기록을 꼼꼼하게 살핀다면 첫 경매에서 경쟁자 없이 낙찰할 수 있다.

성종수 기자

※도움말 : 하나컨설팅 (02-8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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